“안 되는 게 어딨어”...‘해결사’ 등판에 꿈틀대는 구로

입력 2023-07-26 05:00 수정 2023-07-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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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일 구로구청장이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구로구청)
▲문헌일 구로구청장이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구로구청)

문헌일 구로구청장은 관성을 거슬렀다. 30년간 기업을 이끈 경영인이라고 하기엔 소탈했고, 복지부동의 조직문화를 이끄는 공직자라고 하기엔 과감했다. 어디에도 완전히 물들지 않은 ‘삐딱한’ 기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힘이 됐다. 그가 등판한 지 1년, 구로구는 묵은 갈등의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25일 구로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문 구청장은 최근 집중호우 얘기부터 꺼냈다. 11일 구로구에는 첫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시간당 72mm 이상의 비가 쏟아진 ‘극한호우’가 관측되면서다. 그는 “16가구 정도가 침수를 겪었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며 작년 큰일을 치른 경험을 언급했다. 시간당 120mm의 비가 퍼붓던 당시, 배수 펌프장이 가동됐는지를 두고 주민들과 구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신뢰할 만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펌프장 바깥에 LED 램프를 설치, 주민들이 가동 여부를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아이디어’ 하나로 주민 마음을 얻고 갈등을 푼 것이다. 그는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힘을 합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삼고초려’ 정신도 한몫했다. 서울 내 대표적 전통시장 중 하나로 손꼽히던 오류시장은 구로구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15년간 재정비사업이 연거푸 무산되면서 시장은 흉물로 변했지만, 일부 상인들의 반대는 끝까지 완강했다. 문 구청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들렀다고 했다. “건강하게 지내시죠?” 안부를 물었고, “무너질까 걱정돼” 진심도 전했다. 처음엔 “청장님이 웬일이세요”라며 쏘아붙이던 상인들도 문 구청장의 한결같은 ‘구애’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13일 서울시 시장심의위원회에서 오류시장정비사업 추진계획안이 승인됐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청장이 바뀌더니 해결됐다”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

신기하게도, 그 말이 끝날 즈음 문 구청장에게 문자가 도착했다. 신도림에서 어린이 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발신인은 “적극 대응해 주셔서 부모님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감사를 전했다. 사연은 이랬다. 구로구는 ‘직장맘’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구로형 어린이 돌봄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평상시 주던 점심을 방학 땐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 예산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를 전해 들은 문 구청장은 “방학 점심까지 먹일 수 있는지 예산을 살펴 보라”고 지시했고, 당장 올해부터 방학 급식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18년 만에 무산되며 원점으로 되돌아간 구로차량기지 이전 문제 해결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2차까지 오면서 수익성도 확보됐는데 정치가 개입하면서 무조건적인 반대가 시작됐다”며 이제는 직접 나설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용역 줘서 방법 만들겠다고 국토부와 약속했다”며 “3차, 4차 방법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명 이전에는 선을 그었다. “저쪽이 손해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쓴소리를 하더니 “나름 많은 생각이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자신했다.

오랜 세월 방치된 채 먼지만 쌓여 가던 숙원사업을 해결해 가고 있는 그는, 구로구의 ‘수준’을 말했다. 구로구에 둥지를 틀고, 사업장도 옮길 만큼 애정 많은 그였지만 “40년간 변한 게 없다”고 했다.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살기 좋은 도시로 구로구에 몇 점을 주겠느냐는 물음에 ‘80점’이라고 답한 것은.

문 구청장은 20점을 채우겠다는 각오다. 낙후지역을 중산층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만 안전진단 통과 3건, 정비구역지정 1건, 사업시행인가 2건의 성적을 올렸다. 최근 가리봉동 87-177 일대 재개발사업 후보지의 신속통합기획안도 서울시에서 확정됐고, 온수역 인근 서울가든빌라 재건축도 가능해졌다.

학비 지원 등 4차산업 인재 육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구로구 내 IT,ICT 기업이 밀집한 G밸리는 물론 국가의 미래먹거리 기술자를 키운다는 포부다. 예술·문화에도 욕심을 냈다. 개봉동 복합문화타운이 6월 착공식을 했고, 아트밸리 공연 수준도 높여 젊은 세대를 껴안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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