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치매 위험성 낮추는 ‘커피 효과’

입력 2023-07-25 05:00 수정 2023-07-2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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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배우 윤정희 씨가 프랑스 파리에서 향년 78세로 작고했다. 윤 씨는 10여 년을 알츠하이머병으로 투병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16년 만의 복귀작이자 마지막 작품이 된 2010년 영화 ‘시’에서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고 인지 장애를 겪는 역을 맡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 승인 뉴스가 화제가 됐다.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레켑비는 알츠하이머병 발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덩어리(플라크)를 없애는 항체 약물이다. 레켐비가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해 달라붙으면 면역세포가 파괴하는 메커니즘이다. 다만 18개월 임상시험 결과 초기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 악화 속도를 27% 늦출 뿐 정상으로 되돌리는 건 아닌데다 중증 환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너무 비싸 ‘그림의 떡’

지난 17일 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는 레켐비보다도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 도나네맙의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담은 논문이 실렸다. 도나네맙 역시 항체 약물로 인지 기능 악화 속도를 35% 늦췄고 특히 경증일 경우 60%에 이르렀다. 조기 진단을 받고 바로 복용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도나네맙은 미국 FDA에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그런데 이들 약물이 제품으로 나오더라도 당분간은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크다. 2주마다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레켐비의 1년 치료비가 무려 2만6500달러(약 3500만 원)로 책정돼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국내에 도입되더라도 당장 의료보험이 적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0년, 20년 뒤에나 본격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혜택을 보지 않을까.

도나네맙 논문이 나오고 이틀 뒤인 19일 학술지 ‘농업과 식품화학’에는 에스프레소 커피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타우 단백질의 엉킴을 억제한다는 실험 결과를 담은 논문이 실렸다. 이탈리아 연구진(베로나대)이라 에스프레소를 택한 것 같다. 분석 결과 커피에 들어있는 성분 가운데 카페인과 제니스테인이 타우 단백질 엉킴을 억제하는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학술지 ‘식품 화학’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커피는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커피효과 보여주는 국내외 조사결과 많아

‘커피가 두 단백질에 다 작용한다니 믿을 수 있나?’ 이렇게 생각할 독자도 있겠지만 커피가 치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역학 조사 결과가 많다. 지난 2020년 국내 연구진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뇌에 아밀로이드베타가 쌓여 있는지를 관찰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성을 판단한 결과 하루에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신 그룹이 두 잔 미만(안 마시거나 한 잔)인 그룹에 비해 3분의 1이나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치매를 막겠다고 커피를 지나치게 마시면 수면장애로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도 있다. 잠의 기능 중 하나가 낮에 활동하는 동안 뇌에 쌓인 노폐물인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청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음주와 흡연은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뭉치는 걸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술의 알코올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산물이나 담배의 여러 성분이 체내 활성산소 농도를 높여 단백질을 변성시키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나이, 즉 노화로 고령자가 많아질수록 환자가 느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다. 그럼에도 생활 습관은 발병 시기나 심지어 유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변수다. 술과 담배처럼 보통 끊기 어려운 건 몸에 해롭기 마련인데, 커피는 치매 같은 신경퇴행성질환뿐 아니라 여러 대사질환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니 별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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