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로 최초 기록을 쓰고 있는 유한양행이 항암제 연구·개발(R&D)에 드라이브를 건다. 렉라자를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제2의 렉라자’를 만들어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 혁신신약의 자부심을 보여주겠단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발 중인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소개했다. 현재 보유한 렉라자 후속 신약은 총 10종으로, 가장 속도가 빠른 것은 바이오신약인 면역항암 이중항체 ‘YH32367’이다.
YH32367은 HER2 발현 종양세포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T면역세포 활성수용체인 4-1BB의 자극을 통해 면역세포의 항암작용을 높이는 작용 기전이다. 유방암과 위암, 폐암 등 기존 항암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다수의 고형암 환자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동물실험에서 고용량군도 경쟁약물인 ‘엔허투’의 약점인 간독성이 없어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 호주에서 임상 순항 중이다.
‘YH42946’은 HER2 엑손20 표적 경구 폐암치료제로 HER2 돌연변이 모델에서 경쟁약물 대비 우수한 항암 효능을 보였다. 내년 임상에 진입한다.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과 4-1BB 이중표적 면역항암제 ‘YH32364’는 2년 후 임상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부사장)은 “경구용 약물은 정밀의학 기반 환자 맞춤형 표적항암제로, 바이오약물은 이중 표적 차세대 면역항암제에 중점을 둬 제2·제3의 렉라자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환자 중심의 미래 항암치료제 개발을 통해 수익창출과 사회공헌을 동시에 이루겠다”라고 설명했다.
렉라자는 1차치료제 조기 공급 프로그램(Early Access Program, EAP)을 통해 이달부터 무상 공급된다.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EGFR 엑손19 결손(Exon19del) 또는 엑손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로 렉라자 1차 치료 적응증에 해당하는 모든 환자가 대상이다. 1차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이하 급여)가 확대되는 시점까지 무제한으로 운영한다.
임효영 유한양행 임상의학본부 부사장은 “급여 등재 전까지 (약가 문제로)환자들은 실질적인 접근이 불가능하다”라면서 “진료현장의 미충족 수요와 환자들의 절박함에 부응하는 것이 유한양행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2018년 1차치료 적응증을 추가했으나 아직 급여는 확대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연간 7000만 원이 넘는 약가를 부담해야 한다. 타그리소는 지난 3월 급여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렉라자는 타그리소보다 5년 늦게 1차치료제로 허가됐지만, 비슷한 시기 급여 등재가 유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내년 1분기 이전에는 렉라자의 1차치료제 급여 등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 “저소득국가에서 렉라자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게 글로벌 판권을 가진 얀센과 추후 협의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2021년 8월부터 2차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는 렉라자는 지난해에만 33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차치료제로 급여가 확대되면 국내 시장은 3000억 원 이상으로 늘고 렉라자는 국산 항암 신약 최초로 매출 1000억 원 고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사장은 “렉라자로 수익이 발생하면 주주 배당금을 더 올려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고, 여러 경로로 사회환원 활동을 벌일 것”이라며 “유일한 박사의 창업 정신을 계승해 신약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