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자금 명목 45억 송금…내연녀에 생활비 전달하기도
첫 공판에서 “혐의 모두 인정”…10일 결심 진행 예정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자신의 해외 도피를 도운 수행직원에게 1억 원의 결혼 축의금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억대 연봉까지 받던 해당 직원이 생활금과 도박자금을 보내는 등 배 회장에 충성하며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본지가 입수한 공소장을 보면, 범인도피‧상습도박 방조 혐의로 기소된 KH그룹 수행팀장 이모 씨가 배 회장의 ‘황제 도피’를 조직적으로 도운 정황이 담겨있다.
배 회장은 자신의 심부름, 운전, 경호 등을 종합적으로 맡는 수행팀을 꾸렸다. 팀장을 맡은 이 씨는 배 회장 명의의 은행 계좌를 관리하며 회사 자금을 세탁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배 회장을 ‘아버지’라 부르며 충성 맹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행원들을 관리하는 팀장 이 씨의 연봉은 1억1000만 원이었고, 다른 수행직원도 비슷한 연봉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배 회장은 이 씨의 결혼식 때 축의금으로만 1억 원을 냈다. 별도로 예물 시계도 사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해외 도피 중인 배 회장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항공권을 발권해줬다. 미국, 베트남 등에서 도박을 하는 배 회장에게 총 45억 원가량의 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배 회장이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그룹 내 임직원 명의의 체크카드를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배 회장의 지시로 국내에 있는 내연녀에게 생활비 명목의 현금 1억5000만 원을 전달한 내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장수진 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이 씨 측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도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범인도피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KH그룹 우모 총괄부회장도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이 혐의를 모두 시인함에 따라 재판부는 10일 열리는 2차 공판에서 심리를 종결하기로 했다. 이날 피고인 신문을 거쳐 검찰이 형량을 구형하는 결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배 회장은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 자금을 마련하고자 계열사에 4000억 원대 손해를 끼치고, 650억 원대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배 회장은 현재 동남아시아권 국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배 회장의 체포영장을 받아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다. 외교부도 배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