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케타민은 음료에 타서"…호기심만 키우는 마약수사 발표

입력 2023-07-06 06:00 수정 2023-07-0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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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사회경제부 법조팀 이수진 기자
▲이투데이 사회경제부 법조팀 이수진 기자
검찰이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가 종종 있다. 모든 사건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회·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거나 수사 대상이 거물일 때, 또 수사 결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을 때 언론을 통해 수사 내용을 알리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검찰이 파악한 피의자의 신상정보와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경위, 구체적 혐의, 수사에 착수하게 된 배경 등 설명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구체적인 설명이 추가되면 취재하는 기자는 사건 이해가 훨씬 수월하다.

그런데 간혹 필요 이상의 정보로 보이는 것들이 함께 공개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 마약 사건 수사 관련 발표 자료를 보다가 뜨악한 적이 있다. 자료에는 ‘임신 중인 아내와 태교여행 중 대마를 흡연한 사례’라고 소개돼 있었다.

태교여행 중에도 금단현상을 참지 못할 정도로 마약은 무서운 것이며, 마약사범들이 얼마나 죄의식이 희박한지를 알리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마약사범의 혼인, 2세 유무는 범행에 어떤 영향을 준 것도 아니고 범행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인권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또 ‘케타민은 필로폰이나 코카인보다 부담이 적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주로 술이나 음료에 타서 마시는 방법으로 복용하기 때문에 타인의 음료에 몰래 타서 복용토록 할 수 있어 피해 발생의 우려가 높음’이라거나 ‘필로폰 0.1g을 OOOO에 올려놓고 OOO로 가열해 연기를 흡입’ 등의 표현이 그대로 있었다.

마약사범들이 어떤 방식으로 마약을 투약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인데, 마치 칵테일 제조법을 보는 듯하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알고 싶지도 않던 마약 복용 방법을 새롭게 알게 된 기분이었다. 마약류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한 설명이지만, 모르고 살아도 되는 투약 과정을 굳이 알게 돼 누군가는 호기심을 가지고 모방할 수도 있다.

검찰은 최근 마약범죄 근절에 상당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수사 결과 발표에도 많은 표현들을 실은 모양이다.

하지만 범행과 상관없는 개인정보와 무분별한 마약류 투약 방법 설명으로 인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물론 유튜브나 의학전문지 등에 구체적인 설명이 이미 퍼져있다지만 수사기관인 검찰은 더 신중해야하지 않을까. 극단 선택을 하는 이들이 어떤 방법을 썼는지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 것 역시 모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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