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소폭이나마(1%) 성장한 2억550만 대로 예상된다. 올해 지역별로는 신흥시장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북미와 유럽은 극단적 부진에서 벗어날 것이다. 지난해 말 기대했던 월드컵 효과는 미흡했고, 과도했던 유통 재고는 평년 수준에 근접해가고 있다.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퀀텀닷(QD), 화이트 유기발광다이오드(W OLED), QD OLED, 마이크로 LED 등 일반 소비자들이 구분하기도 힘든 다양한 신기술 TV들이 경합하고 있지만, 이러한 프리미엄급 신기술 TV의 수요가 부진한 상태이다. 지난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급락한 탓에 LCD TV와 가격 격차가 확대된 점이 가장 큰 원인이고, 초고해상도(8K) TV의 보급이 저조한 점도 원인이다.
팬데믹 기간에 고공행진을 했던 WOLED TV도 저상장 국면으로 돌아섰다. WOLED TV는 유독 유럽 판매 비중이 높은데, 전쟁 등으로 인한 유럽 수요 침체 영향이 더욱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WOLED TV는 하반기 삼성전자의 시장 진입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커지면서 부품 및 소재의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다.
TV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고, 교체 사이클과 플랫폼 전략을 말하고자 한다.
먼저, 교체 사이클이 도래했다는 논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교체 사이클은 통상적으로 6년 주기로 예측한다. 대면적화 추세에 따라 면적 기준으로는 4년 주기로 발생하곤 한다. 과거 2018년과 2019년이 TV용 디스플레이 출하가 정점에 이르렀던 시기이다. 두 해 동안 32인치에서 55인치 사이 LCD TV 패널이 4억5000만 대나 출하됐다. 6년이 경과하는 내년부터 교체 사이클이 찾아올 수 있다는 논리이다.
물론 일부는 팬데믹 기간에 앞당겨졌을 것이다. 2018년 당시 32인치 TV 가격이 현재 55인치 TV 가격과 비슷하기 때문이라도 교체 수요는 55인치 이상 대화면 TV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의 눈은 대화면에 길들여지면 작은 화면으로 역진할 수 없다. 대화면 교체 수요는 LCD 패널 가격의 반등세를 뒷받침하는 배경이 될 것이다. 내년 글로벌 TV 시장은 4% 성장한 2억1300만 대로 전망된다.
플랫폼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TV에서 플랫폼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나 iOS를 연상하면 된다. 스마트 TV를 활용해 광고, 콘텐츠 판매, 소비자 데이터 기반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타이젠(Tizen)과 LG전자의 웹OS(WebOS)가 개방형 플랫폼으로 전환한 이후 경쟁력을 입증받고 있다.
지난해 TV 플랫폼 점유율은 안드로이드가 1위, 삼성 타이젠이 2위, LG 웹OS가 3위를 차지했고, 로쿠(Roku), 캐스트OS(CastOS), 파이어TV(FireTV)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중에서도 LG 웹OS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13%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올해 고객사가 300여 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TV 플랫폼도 스마트폰 플랫폼처럼 과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징으로서 먼저 수익성이 높다. 플랫폼 서비스 매출은 곧 이익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TV는 한 번 매출이 발생하지만, 플랫폼 매출은 활성 장치에 기반해 반복적, 누적적으로 발생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편의성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용한다. 플랫폼-브랜드-소매업체 간 수익 공유 모델이 요구되기도 한다.
TV의 경쟁 환경에서 하이센스, TCL 등 중국 브랜드의 추격이 거세다. 글로벌 1위,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신기술 TV 판매를 확대해 매출액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수익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