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력 사업 정리…시총 3배 늘었다
'ABC 사업'에 5년간 54조 원 투자…성장 가속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는 29일 취임 5주년을 맞는다. 구 회장은 그룹 경영을 맡은 지 5년 만에 LG그룹의 시가총액을 3배 늘리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사업에서도 구 회장의 과감한 선택이 결실을 이룰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LG그룹의 상장사 시가총액 규모는 구 회장의 취임일인 2018년 6월 29일 기준 85조5000억 원에서 이달 23일 242조1020억 원으로 약 3배 늘었다. 총자산과 매출 역시 취임일 대비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16조4200억 원에서 171조2436억 원으로, 118조5687억 원에서 140조5288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으로 비주력 사업을 개편하는 등 LG그룹이 체질을 탈바꿈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은 2019년 연료전지(LG전자)ㆍ조명용 OLED(LG디스플레이)ㆍ전자결제(LG유플러스), 2020년 편광판(LG화학), 2021년 스마트폰(LG전자) 등 부진한 사업을 정리했다.
돈이 안 되는 적자 사업을 과감히 접은 대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내실을 강화했다.
LG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5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배터리 분야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385조 원에 달한다.
LG전자의 전장부품 사업을 맡고 있는 VS(전장)사업본부의 경우에도 매출이 꾸준히 늘면서 LG전자 전체 매출 비중의 11.7%를 돌파했다. 지난해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성장세도 가파르다. 올해 연간 기준 3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며 2분기 역시 600~700억 원대 영업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수년간 공을 들여온 OLED TV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프리미엄 TV 시장의 주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사용하는 TV 제조사는 LG전자를 시작으로 유럽, 북미, 일본, 중국 등 글로벌 20여 개 브랜드로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LG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 주요 계열사 7곳의 매출은 2019년 138조 원에서 지난해 190조 원으로 37.7%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000억 원에서 8조2200억 원으로 77.4% 늘었다.
LG그룹은 향후 구 회장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인공지능(AI)·바이오(Bio)·클린테크(Clean Tech)로 집약되는 'ABC 사업'으로 미래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련 분야에 5년간 54조 원의 국내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LG AI연구원이 2021년 말 공개한 초거대 AI '엑사원'은 현재 6000억 개 이상의 말뭉치, 언어와 이미지가 결합된 고해상도 이미지 3억5000만 장을 학습했다. 최근에는 '엑사원 멀티모달'을 활용해 사진ㆍ영상을 10초 이내에 텍스트로 설명하는 기술을 소개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5년간 1조5000억 원 이상 투자를 단행한다. LG화학은 최근 4개 팀과 40여 명의 연구인력을 갖춘 '세포치료제 태스크포스(TF)' 조직을 가동하고, 올해 1월 미국 아베오를 인수하는 등 혁신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제품 폐기물 순환체계 구축, 탄소 저감 등을 위한 클린테크 사업도 지속 육성 중으로 각 계열사 클린테크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역량 확보에 나섰다.
구 회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사장단 협의회에서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구본무 선대회장의 말을 인용해 미래 준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