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환경이 악화한 가운데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를 기피 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따져 정비사업을 선별적으로 수주하는 기조를 보이면서 조합들은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경우 향후 주택공급 부족으로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전날 경기도 과천시 ‘과천주공 10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건설경기가 전처럼 좋지 않은 데다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수주를 포기한 것이다.
이곳 뿐만 아니라 시공사 경쟁입찰이 거듭해서 유찰되면서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는 곳도 늘고 있다.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현장은 2차례 유찰된 끝에 포스코이앤씨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동대문구 청량리8구역 재개발 현장 역시 2회 유찰을 거듭한 뒤 최근 롯데건설이 수의계약으로 사업권을 따냈다. 양천구 신정4구역에서는 대우건설이 단독입찰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또한 거듭된 유찰로 재건축 사업이 반년 동안 지연됐던 영등포구 남성아파트가 시공사 선정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광진구 공공재건축(중곡아파트) 현장은 기존 공사비에서 34%나 올려 2차 공고에 나서기도 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이 원하는 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주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따내기보다는 안정적인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건설사들의 수주 기피 현상이 계속되면 향후 주택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입주가 통상 착공 2~3년 뒤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2~3년 뒤부터는 공급 물량이 줄어 공급 가뭄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4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4월 누계 주택 인허가 실적’(전체 주택)은 전국 12만337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3% 줄었다. 수도권은 4만4566가구로 23.7% 줄었고 지방은 7만8805가구로 23.1% 감소했다.
4월 ‘누계 주택 착공 실적’은 전국 6만7305가구로 전년동기 대비 43.2% 감소했다. 아파트만 놓고보면 5만2343가구로 41.1% 줄었다. 모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건설사들의 주택 수주액 역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건설협회 ‘월간 건설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건설사들의 주거용 건축(주택)수주액은 3조4722억 원으로 전년동기(8조7367억 원)대비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 기피 현상이 해결되지 않으면 주택공급이 줄어 몇 년 뒤 주택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통해서 공급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서울에서 주택공급 문제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착공 기간까지 감안하면 주택난은 2~3년 뒤쯤부터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