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깡통전세 사기, 투기문제로 풀어야

입력 2023-06-20 05:00 수정 2023-06-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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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었다. 3억 이하 임차보증금의 주택인도·주민등록 이전·확정날짜 요건을 갖춘 임차인을 대상으로, 임대인의 파산·회생절차 개시, 임차주택의 경매·공매절차 개시 등으로 다수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의 대책인 셈이다. 만약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고 보아 법이 정한 피해자로 인정되면 경매·공매절차의 유예·정지신청 및 최고매수신고가와 같은 가격으로 우선매수신청권 등을 가지게 하는 제도다.

법은 시행 후 2년간 효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한시법이다. 또한 일부 소급하여 2년이 되는 날 사이에 경매·공매 절차가 완료된 임차인도 적용대상이라는 점에서 소급입법의 성격을 띤다.

그동안 역전세, 깡통전세에서 빌라왕, 건축왕 사태에 이르기까지 깡통전세가 사회문제화함에 따라 피해자 대책을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입법이 되었다고 해서 해결된 것은 아니다.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으려면 현재 상황이 우선 법이 예정한 사기에 합당한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피해대상 범위와 대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 낀 다주택자 갭투자는 투기

전세와 관련하여 역전세, 깡통전세, 전세사기, 갭투자, 투기 등 유사한 듯 다른 용어들이 어지럽게 통용되고 있다. 전세가격 하락으로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고 세입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역전세 현상이 생겨나고, 이것이 심화되어 보증금을 떼이는 깡통전세가 속출했다. 이는 이른바 갭(차액)투자에서 비롯된 바 커 보이며 최근의 전세피해 또한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빌라왕 형태의 갭투자는 금리인상 등 외부적 충격이 있으면 집값 하락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음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세입자의 보증금을 종잣돈 삼아 집값 상승에 따른 이익을 노린다는 점이다. 그 결과 거품이 잔뜩 낀 부동산시장은 세입자에게 손해를 끼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이런 면에서 전세를 낀 다주택자의 갭투자는 투기행위라고 해야 한다.

주택구입비는 진작에 소비자물가에서 제외되어 자본재나 투자재로 분류돼왔다. 이는 그만큼 국민의 먹고사는 기본생계 유지가 힘듦을 나타낸다. 이런 현실에서 주거 수단인 주택에 대한 사기전세는 엄벌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집값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 사태에 대하여는 사기와 투기의 구분이 분명치 않은 경우가 많다. 최근 사태도 엄밀히 말해 투기심리에 사기성이 더해진 이기적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세피해는 주거·생존권에서 봐야

깡통전세의 뿌리가 투기라는 사실은 시민의 생존권인 주거권 보장에 대한 국가의 책임 문제를 제기한다. 미추홀 전세피해 등을 단순한 범죄행위로만 접근하면 피해자 구제에 미흡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대책 마련에서도 부분적이며 임시방편에 그칠 우려가 있다. 기껏 가해자 처벌과 범죄에 대한 형사정책적 대책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이 당장 오갈 데 없는 피해자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법이 일부 사기 피해 인정자에 대해서만 의미가 있고, 새로운 금융채무를 떠안으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소유해야 하는 주거안정책이라는 느낌이 들어서다. 요컨대 전세피해는 재산권이 아니라 주거권 차원에서 봐야 한다. 그 대책 또한 투기로 인한 생존권 위협에 따른 출산율 및 인구문제와 연관짓는 거시적이며 근본적인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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