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집이 잡히고 터지고 딱지가 져 심하면 보기에도 무섭기까지 한 대상포진의 피부병변은 1~2주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지만, 신경통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면 오랜 기간 고생하게 된다. 그럴 때는 통증 신경 회로에 작용해 통증을 덜 느끼게 해 주는 약이나 아예 신경을 차단하는 시술까지 받게 된다. 이 정도 되면 의사들은 척 보면 안다는데 처음에 바로 진단을 못 한 의사에 대해 불평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얼마 전 하반신 장애로 전동 휠체어를 타고 고혈압 치료를 받는 분이 오셨다. 다리에 뭐가 생겼다며 오셨다. 위축된 다리에 군데군데 수포가 잡혀 있었다. 대상포진이었다.
“대상포진이네요. 이거 아프지 않으셨나요?”
“저는 감각이 없어서요. 통증을 못 느껴요. 이게 그렇게 아프다면서요?”
그녀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통증을 못 느끼는 그녀의 대상포진이 가지고 있던 하반신 장애를 더 부각시켰다. 그래도 약은 드셔야 한다고 말하고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해 주면서 3일 뒤 다시 오라고 말씀드렸다. 3일 뒤 성난 수포들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모양새였다. 여전히 통증은 없었다고 하며 네 잎 클로버를 코팅해서 주셨다. 지금 이 계절에 네 잎 클로버를 많이 찾을 수 있다며.
그러고 보니 작년에도 그녀가 발견한 네 잎 클로버 몇 개를 흰 종이 위에 올리고 날짜를 쓰고 예쁘게 코팅해 내게 주었던 기억이 났다. 행운을 가져온다는 네 잎 클로버를 어릴 때 여기저기 많이 찾아다녔는데 나는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었다. 어릴 적 나는 무슨 행운을 찾았던 걸까? 그리고 우리는 요즘 어떤 행운을 삶에서 찾고 있는 걸까? 그녀에게 수포가 가라앉았으면 며칠 더 약을 들고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여전히 그녀는 웃고 있었다. 하반신 마비로 통증을 못 느끼는 대상포진이 그녀의 하반신 마비를 더 선명하게 했지만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내 환자의 모습이야말로 내가 어릴 적 찾던 네 잎 클로버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