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노동개혁, 기업 발목 잡지 말아야

입력 2023-06-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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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한양노무법인 대표노무사

현장의 기업들은 이중고의 인력난으로 아우성치고 있다. 기업의 원동력이 되는 젊은 인재들의 유입은 심각하게 줄어들고, 현장의 숙련된 베이비부머 세대 인력들은 해마다 정년퇴직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인력난은 산업 및 인구구조의 변화, 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어느 정도 불가피한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그동안 변화된 기업 현실이 반영되지 않고 경직적으로 적용돼온 노동규범이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작년까지 30인 미만 사업장은 직원과의 합의로 법정근로시간에 추가 연장근로 8시간이 가능했으나 올해부터 폐지됨에 따라 음식업 등 일부 서비스직종은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실질임금 감소 및 기존 직원들의 이탈과 신규 직원 유입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경직적 노동규범이 인력난 가중시켜

대기업의 경우 일부 공정이나 업무단위를 수십 년간 아웃소싱 또는 협력사 형태로 운영해 왔고, 원·하청 간에 합리적인 기준을 수립해 유지해온 결과 협력사의 처우조건이 원청근로자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사업장도 다수 존재한다. 그럼에도 모든 사업장이 원·하청에 현격한 근로조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무조건 원청이 직접 고용하거나 원청과 동일한 처우를 해야 한다는 일부 논리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가령 협력사의 독립적 사업활동 및 고용창출을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 인적 효율성만을 강조하게 돼 원·하청 전체 직원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노동개혁의 완수’를 위해 ‘노동규범 현대화’를 주요 업무목표로 선정하고 근로시간 개편, 포괄임금제 등 임금체계 개선, 파견제도 선진화를 구체적 수행과제로 추진 중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올 하반기부터 근로기준법, 파견법 등 노동법령을 개정하는 정부입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기업들은 노동개혁에 앞서 기존의 근로규범 적용에서 애매하게 판단해왔던 예외적 사항에 대해서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정립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예컨데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 근태관리권 및 업무재량권을 보유한 관리직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기준, 회사 지시나 승인없이 독단적으로 수행한 연장근로 인정기준, 출입시간과 실질근로시간에 대한 구별 기준,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White Collar Exemption) 도입 검토 등 그간 현장에서 불명확하게 판단되는 노동규범도 이번 기회에 명확하게 정립될 수 있도록 함께 논의돼야 한다.

이미 만연된 포괄임금제도는 제도를 악용한 사업장과 사업 특성 및 시장 임금에 적합하게 설계된 사업장을 구별하는 합리적 기준이 제시돼야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판례로 인정된 포괄임금제에 대해 정부가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측정 가능 여부만을 기준으로 허용여부를 판단한다면 현재 기술로 근로시간 측정이 불가능한 사업장이 얼마나 있을까. 포괄임금제 폐지는 현실적으로 연장근로감소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현실에 부합하지 않은 섣부른 정책은 노사 모두에게 치명적인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

사내하도급 불법성, 기계적 판단 말길

최근 사내하도급은 원·하청 간에 관련성이 인정되는 사업장이 불법파견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원래 사내하도급은 원청 업무의 일부를 도급 준 것이니 당연히 원청과의 관련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실정임에도 업무특성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 판단징표로만 불법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단순 노무제공이 아닌 독립적이고 전문화된 영역으로 운영하고 있는 하청기업은 더욱 전문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기업 대다수는 어려운 경제 시기에도 노동규범을 준수하고 노사 간 평화를 유지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동개혁이 오히려 기업에 불합리한 부담까지 지우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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