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거 캔맥주 생산 중단…시장 진출 1년 만에 철수
하이볼 열풍에 뚝뚝 떨어지는 수제맥주 수요도 영향
국내 주류 시장에서 수제맥주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실적 침체에 빠진 제주맥주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초강수 전략을 택했다. 제주맥주는 최근 라거 캔 맥주 생산을 중단하는 한편 외식 업체를 인수하며 돌파구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이달 초 프랜차이즈 사업을 영위하는 달래에프앤비의 주식 192만8572주(64.29%)를 90억 원에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양수예정일자는 9월 5일이다. 양수 목적은 사업다각화 및 수익성 제고다.
달래에프앤비는 해장국과 소고기 수육을 대표메뉴로 내세우는 외식 프랜차이즈 달래해장을 운영하는 업체다. 달래해장은 해장국 5분 조리시스템, 식재료 원팩시스템, 표준 메뉴얼 제공 등 요식업 초보자도 매장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 가맹사업 전개 1년여 만에 점포수 70호점을 돌파했다.
제주맥주는 달레에프앤비 주식 양수에 이어 이달부터 캔 형태의 라거 맥주 ‘제주라거 프로젝트 001’ 생산을 중단했다. 라거 시장에 도전장을 낸 지 1년 만에 철수하게 됐다. 당초 제주맥주는 자신들의 제품을 동시에 구매할 확률인 ‘동시 구매율’이 높은 만큼 라거 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으나 국내 라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제주맥주의 이와 같은 행보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실적을 반등시키기 위한 초강수 전략으로 풀이된다. 수제맥주 업체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던 제주맥주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연결기준)은 전년 대비 16.7% 감소한 240억 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61% 확대된 116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황도 좋지 않다. 올해 1분기(연결기준) 제주맥주의 매출액은 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 이어 2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전년 동기(15억 원)보다 손실폭이 더 커졌다.
과도한 협업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피로가 증가하면서 국내 주류시장에서 수제맥주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이들의 실적에 영향을 줬다. 수제맥주가 주로 소비됐던 편의점에서 매출 성장세가 점차 꺾이기 시작한 것도 이와 맥이 같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은 2019년부터 3년 연속 200%를 넘는 성과를 거뒀지만 지난해 기준 매출신장률은 60%에 그쳤다.
수제맥주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 그 틈을 하이볼이 치고 들어왔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하이볼 상품 매출은 전월 대비 50% 신장했고 첫 상품을 출시됐던 2월과 비교하면 무려 7배에 달하는 신장률을 보였다. GS25 역시 3월 기준 하이볼 판매량은 전년 동월 RTD주류 카테고리 매출 대비 220% 신장했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회사랑 시너지를 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의 협업이나 인수를 검토하던 도중 달래해장이 중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 싶어서 인수하게 됐다”면서 “올 하반기 정도 돼야 경영 방법 등 구체적인 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