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다툼에 멍든 '공직 저승사자'…감사원의 정치 본능 [4대 합의제 권력 대해부]

입력 2023-06-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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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감사원, 문 정부 대대적 감사…내부권력 지각변동 예고

▲감사원이 내달부터 교육부와 20여개 국립대학교 상대로 정부재정지원사업 관련 집행점검 등 합동 감사에 나선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내달부터 교육부와 20여개 국립대학교 상대로 정부재정지원사업 관련 집행점검 등 합동 감사에 나선다. (연합뉴스)

‘공무원들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감사원이 최근 정치적 소용돌이의 중심에 섰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권익위에 이어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까지 전 정부를 향해 감사의 칼끝을 겨누고 있어서다.

헌법에 의해 독립을 보장 받는 감사원은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의에서 주요 업무를 처리하고, 의결에 의해 기관의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제 기관이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 기관이어서 감사원장과 원장의 제청을 받은 감사위원에 대한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다. 헌법 제98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원장을 포함한 5인 이상 11인 이하의 감사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고, 현행 감사원법은 감사원장을 포함해 7명의 감사위원을 두도록 하고 있다. 감사위원 수에 관한 규정은 1963년 감사원법 제정 당시 ‘감사원장을 포함해 감사위원 9인’으로 돼 있었지만, 1970년 ‘7인’으로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감사 보고서를 의결할 때 재적 7인 중 과반수인 4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해왔다. 감사원장 조차 감사위원회에서는 ‘7표 중 1표’에 불과한 만큼 다수를 차지하는 쪽이 최종의사결정권을 갖게되는 구조다.

조직 수장인 최재해 감사원장은 1989년부터 감사원에서 근무했으며, 감사원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 감사원장에 임명됐다. 2021년 11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최 원장은 본래 문 정부에 우호적인 인물로 분류돼왔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통계청 감사 등 문 정부 임기 내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며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7월 국회 업무보고에서는 감사원의 역할과 관련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22년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22년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6월 임명된 유병호 사무총장은 대표적인 친(親) 윤 정부 성향으로 분류된다. 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원 인사와 예산을 실질적으로 담당해 조직 2인자이자 실세로 평가받는다. 행정고시 출신인 유 총장은 1997년부터 감사원에 몸담았으며, 2020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의 감사를 담당했다. 지난 대선 직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 전문위원으로 합류하기도 했다.하지만 사무총장은 감사위원회 멤버가 아니기 때문에 유 총장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감사위원회의 정치 구도는 복잡하다. 지난해 4월 임명된 이미현 위원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며 ‘절친’으로 알려져있다. 이 위원은 2021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라며 “정치, 경제, 외교, 국방 등 거의 모든 국정 분야에 걸쳐 총체적 난국”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위원과 함께 친여 성향으로 여겨지는 유희상 위원은 2019년 11월 임명됐으며, 감사원에서 오랜 공직생활을 해온 내부 인사다.

김인회·이남구·임찬우 위원은 야권 성향으로 분류된다. 2021년 12월 임명된 김인회 위원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통령비서실 사회조정1비서관, 법무비서관실 행정관 등을 지냈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검찰 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책을 쓰기도 했다. 2022년 4월 임명된 이남구 위원은 감사원 출신이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한 이른바 ‘문재인 라인’이기도 하다. 임찬우 위원은 2020년 2월 임명됐으며, 이낙연 전 국무총리 시절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을 지냈다.

2021년 1월 임명된 조은석 위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고검장을 지냈으며, 2019년엔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조은석 위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돼 ‘친야’ 인사로 여겨지지만, 검찰 시절 안희정·이광재 등 노무현 대통령 측근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등 민주당측 인사에게도 칼 끝을 겨눈 바 있다. 권익위 감사의 주심 위원이기도 한 조 위원은 최근 감사원 내부 게시판에 “감사보고서를 최종 검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무처가 일방적으로 보고서를 공개했다”는 글을 올리며 사무처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감사위원의 임기는 4년이어서 감사위원회는 당분간 현재 구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당장 올해 11월까지가 임기인 유희상 위원과 내년 2월까지가 임기인 임찬우 위원 등의 교체가 예고돼 있다. 감사위원은 한 차례에 한해 중임이 가능하지만, 역대 감사위원 중 중임 한 사례는 없다.

대통령실은 후임 감사위원 임명을 통해 여권 성향이 과반수인 감사위원회를 꾸릴 가능성이 크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다만, 앞서 2020년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이 김오수 전 검찰총장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해 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친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거부한 전력도 있어 대통령의 의지대로 임명되지 않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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