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디지털치료기기(DTx) 개발에 성공했던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가 올해 4월 파산을 신청하면서 DTx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DTx 시장은 여전히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행사장에서 본지와 만난 김주영(Danny Kim) 웰트 미국 지사장은 향후 디지털치료기기 글로벌 시장 전망에 대해 DTx 사업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분야라고 12일 밝혔다.
김 지사장은 “환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이고 잘 쓰였지만, 돈을 지불할 사람(payor), 즉 보험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이 패착이었다”라며 “DTx는 더 많은 사람이 양질의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헬스케어의 민주화’를 바랐지만, 보험회사는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향을 그리다 보니 어려움을 겪게 된 것 같다”고 페어의 파산 원인을 분석했다.
웰트는 페어의 편두통 관련 파이프라인을 5만 달러(약 6500만 원)에 인수했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2022년 기준 ‘개념 실증(PoC)’ 단계에 있던 파이프라인으로 현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웰트는 이외에도 알콜·마약 중독 DTx ‘리셋(reSET)’과 불면증 치료용 DTx ‘솜리스트(somryst)’에 대해서도 차순위 인수자로 등재됐다.
김 지사장은 “파산 직전에 페어 회사 인수 방안도 검토했었다”면서 “자산이 분할 판매 되면서 편두통이 가장 효과적인 자산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장은 페어 재직 당시 해당 파이프라인의 연구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김 지사장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동료가 있어야 함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페어가 동료 없이 너무 혼자서 빨리 앞으로 나아갔다”며 “시간이 더디더라도 같이 가야 한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됐다. 국내는 DTx 진출이 다소 늦었어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과 긴밀히 소통해왔다. 또 디지털의료제품법 등 법적인 제도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내보다 미국의 DTx 규제가 더 엄격하게 진행돼 아쉽다면서, 오히려 미국이 배워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장은 “미국은 DTx의 구분을 의료기기로 할지, 약으로 할지도 분류가 불분명해서 미국 연방 공보험인 메디케어, 메디케이드에서 수가를 줄 수 없는 상황이다. 디지털을 통해 치료·관리·예방이 모두 가능한 만큼 약, 의료기기로서의 경계선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DTx를 독립적으로 봐달라는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 적극적으로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웰트의 불면증 DTx인 ‘웰트아이(웰트-I)’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두 번째 DTx로 인정받았다. 웰트 미국지사는 직접 웰트-I를 판매하기보다는 연구개발(R&D) 협력과 사업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 지사장은 “웰트는 아시아 지역 최초 DTA 가입사로 지난해에는 이사 기업으로 선출됐다. DTA 회원사 간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지 회사들과 힘을 합칠 계획”이라며 “DTx 사업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분야라고 판단한다. 다양한 커뮤니티와 협업하고, 현지에서 좋은 파트너를 찾기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