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분양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0% 할인, 잔금 50% 2년 후 납부와 같은 파격적인 조건도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6일 부동산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은 4대 1로 최근 4년 중 가장 낮았다. 오피스텔 청약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13.8대 1까지 치솟기도 했다.
올해 청약을 진행한 오피스텔 12개 단지 중 절반인 6곳은 청약 경쟁률 1대 1을 넘기지 못했다. 오피스텔 청약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미분양도 속출하고 있다.
대전 서구 둔산동 ‘그랑 르피에드’는 832가구 모집에 7명만 청약해 경쟁률이 0.01대 1에 그쳤고, 인천 중구 신흥동3가 ‘숭의역 엘크루’는 161가구 모집에 3명이 청약해 경쟁률 0.02대 1을 기록했다. GTX-A 개통 호재로 관심을 끌었던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공급되는 오피스텔 ‘빌리브 에이센트’는 주력인 전용 84㎡ 17가구가 미달됐다.
매매가격도 내림세다. 한국부동산원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4월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는 0.36% 하락했다. 지난 2월(-0.39%)과 3월(-0.36%)보다 낙폭은 줄었지만, 내림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해보고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분양에 나서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주거용 오피스텔 ‘까치산역 SJ라벨라’는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할인 분양 카드를 내놨다. SJ라벨라는 지하철 2·5호선 까치산역 더블역세권에 위치했지만,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현재 총 117가구 중 70% 이상 비어있는 상태다.
올해 1월부터 분양에 나선 서울 광진구 구의역 ‘에떼르넬 비욘드’도 사정은 비슷하다. 1차 분양 끝내고 남은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할인은 물론 입주축하금 혜택, 10년간 임대 보장제도까지 내세웠다. 최초 분양가 4억5000만 원이었던 전용 25㎡D는 기존 할인에 입주축하금 1000만 원이 더해지면서 7000만 원가량 낮은 3억8000만 원으로 내려왔다.
이 밖에도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상봉역 유보라 퍼스트리브’는 계약금 10%와 중도금 2%에 입주 시 38%만 내면 입주가 가능하고 나머지 50%는 2년 후 납부하면 된다. 계약자의 자금 부담을 줄여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신혼부부나 1인 가구 수요자들을 사로잡으면서 미분양 사태를 서둘러 해결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 오피스텔 시행사 관계자는 “사정이 어려운 만큼 공실로 남겨두기보다는 최소한의 마진이라도 남겨 물량을 소화하려고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피스텔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올해 초 규제 완화로 아파트 구매 환경이 좋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오피스텔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아파트로 가지 못하는 수요자들이 오피스텔로 눈을 돌렸지만, 최근에는 금리 안정과 규제 완화 영향으로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면서 수요가 아파트로 넘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세사기·역전세 등으로 임대시장이 불안정해진 것도 임대 투자 상품인 오피스텔의 인기를 떨어뜨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