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오랜 숙원과제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윤곽이 조만간 나온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돼 주가 상승과 변동성 완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4일 MSCI에 따르면 현지시간 기준 이달 22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23일 오전 5시 30분) 연례 시장 재분류 결과를 발표한다. 한국이 이번 발표에서 선진국 편입 후보군으로 분류되기 위해서 MSCI에서 지적한 시장 접근성 관련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해당 내용은 발표 2주 전인 8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9일 오전 5시 30분)에 먼저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시장 재분류 결과에서 한국이 곧바로 선진국으로 편입되기는 어렵다. 선진국 편입을 위해서는 먼저 선진국 편입 후보군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아무리 빠른 스케줄을 적용하더라도, 실제 MSCI 편입까지는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선진국에 편입되는 가장 빠른 스케줄은 올해 6월에 선진국 편입 후보 국가로 분류되고, 2024년 6월 선진국 편입 발표에 이어 2025년 5월 분기 리뷰 결과가 반영되는 시점(5월 말 ~ 6월 초)에 실제 변경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6월 MSCI 선진지수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오를 확률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영문 공시 단계적 의무화 등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MSCI가 한국을 선진지수 관찰 대상국에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며 “현실화한다면 주식시장에 560억 달러(약 70조7000억 원)의 순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3월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글로벌 시가총액 비중(2.40%)을 적용할 경우, 유입되는 자금이 50억~360억 달러(약 6조6000억~47조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1년 5월 분석에서 17조8000억~61조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며 주가상승을 가져올 것으로 봤다. KB증권은 지난해 2월 보고서에서 글로벌 패시브 자금을 중심으로 20조~65조 원의 순유입을 예상했다.
다만, 선진국지수 편입에 따라 기존의 신흥국지수에서 이탈되는 패시브자금 규모가 오히려 더 커 단기적으로 자금 순유출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이 이머징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게 된다면 이머징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한국 주식을 매도해야 하고, 선진국 지수와 EAFE 지수(북미 제외 선진국지수)를 추종하는 경우 한국 주식을 매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이 이머징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이다. 선진국 지수로 이동할 경우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하며 EAFE에서는 약 4.7%를 차지하게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 1330원을 가정할 경우 약 13조8000억 원의 순유출이 발생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 분석에서 약 18조 원(150억 달러)의 자금순유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덱스 자금의 순유출 가능성에도 선진국 지수 편입에 포함되는 것이 이머징 지수에 남아있는 것보다 낫다. MSCI 이머징 지수에 남아있을 경우에는 지속적인 자금 유출을 겪어야 한다. 현재 중국 A주는 이머징 지수에 20%만 반영이 되어 있다. 이 비중이 100%가 될수록 한국의 비중은 감소하게 된다. 또한 베트남 등의 국가가 이머징 지수에 추가적으로 편입되어도 한국 비중은 감소하게 된다. 단기적으로 자금이 유출될 수 있으나, 선진국 편입을 위한 제도 개선은 외국인 자금 유입에 긍정적이다.
한국은 선진국으로 편입되기 위한 3가지 조건 중 경제 규모나 주식시장 규모는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그동안 선진국으로 분류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MSCI가 개선을 요구한 외환시장 개방 문제, 배당 문제, 외국인 등록과 영문 공시 등의 이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해외시장에서도 한국 시장 접근성 개선 등 범정부 차원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을 홍보하고 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그 자체 보다는 이를 우리 주식시장의 유동성 확충과 시장하부구조 강화 등 금융시장 체질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세부과제에 대한 개선 노력을 차분히 진행해 나감으로써 선진국지수 편입이 자연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