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극명하게 대립하며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까지 행사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시작은 결국 쌀값이었다.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해 농가의 피해를 덜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이 소비량을 훌쩍 넘어서면서 가격 폭락이 시작됐다. 정부는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90만 톤이라는 유례없는 시장 격리에 나섰지만 쌀값 폭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쌀 한 가마, 80㎏ 가격은 평균적인 20만 원에 못 미치는 18만1918원이었다. 하지만 쌀값 하락은 계속됐다. 지난달 5일에는 쌀 80㎏ 가격이 17만7304원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드디어 쌀값이 반등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쌀값은 17만8220원으로 드디어 오름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확기부터 이어진 산지 쌀값 하락이 오른 것은 6개월만이다.
쌀값 하락세가 장기화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기본적으로 쌀 생산량은 증가하는데 소비량이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정부의 시장격리에도 불구하고 쌀값이 오르지 않은 것은 수급에 대한 불안감에 따른 저가 출하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고량이 줄어드는데 쌀값이 하락하는 기현상이 계속됐다.
이에 정부가 시장을 교란하는 저가미 방출에 경고를 보냈고, 농협을 중심으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저가미 판매가 계속되면 손해는 더 커진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드디어 쌀값이 반등에 성공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달 중순 기자간담회에서 수확기 쌀값 20만 원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가루쌀 산업 활성화와 전략작물직불제 등 정책 수단을 활용해 수급 균형을 맞추고 식량자급률도 높여가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실질적인 농가 수입과 직결되는 만큼 20만 원이라는 구체적인 금액 목표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앞으로의 쌀값 안정 대책이다. 현장에서는 이제 쌀값이 반등할 여건은 갖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는 시장격리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을 교훈 삼아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쌀 한 가마 가격 20만 원이 끝이 아닌 새로운 정책의 시작점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