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신가요.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대사’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이는 허구 속 구어체에서나 가능했던 이야기이지요. 우리 주변 중국산 가운데 ‘귀하디귀한’ 물건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거든요.
우리에게 ‘메이드-인 차이나’는 그저 낮은 인건비로 대충 만들어낸,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이라는 이미지가 뚜렷합니다.
그나마 품질이 떨어진 값싼 물건이라면 다행이지요. 버려진 고기에 접착제를 발라 뼈에 붙여놓고, 이를 값비싼 ‘갈빗살’로 둔갑시키기도 합니다. 그뿐인가요. 아예 플라스틱으로 만든 중국산 가짜 쌀까지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품질을 벗어나 신뢰도의 문제가 되는 셈이지요.
어느 시대에서나 높은 가치를 지닌 물건이 존재합니다. 1950년대, 한국전쟁이 끝나고 우리 주변의 귀한 물건 대부분은 ‘미제(美製)’였습니다. 미제 초콜릿과 미제 통조림이 큰 가치를 지녔고, 미제만 전문으로 파는 잡화점도 성행했지요.
1970년대, 우리 산업이 경공업에 머물던 시절에는 ‘일제(日製)’가 귀하디귀한 존재였지요. 당시 일본산 전기밥솥과 ‘전축(가정용 대형 오디오를 그렇게 불렀습니다)’은 ‘부잣집’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사정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그러더니 2023년 현재, 휴대전화며 자동차며 ‘메이드-인 코리아’를 등지고 수입품을 살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는 값싼 중국제품을 여전히 그리고 더욱더 맹목적으로 폄훼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산 1톤 전기트럭이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됐는데요. 누군가를 이 소식을 듣고 “중국산은 안전성이 떨어져서 믿을 게 못 된다”고 폄훼하기도 했지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는 중국산 테슬라를 타고 있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수입차=고급차’라는 등식이 팽배한 우리 수입차 시장에도 당연히 중국산 고급차가 존재합니다. 나름 프리미엄을 강조한 유럽 브랜드지만 이 차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에서만 생산합니다. 한국법인은 중국산이라는 사실이 널리 퍼질까 ‘노심초사’하기도 합니다.
중국 제품, 특히 중국에서 만든 자동차를 무턱대고 폄훼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럴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겠지요.
오히려 우리가 맹목적으로 중국산을 폄훼하면서 극단적인 국수주의에 매달리는 사이, 중국산 제품은 하나둘 우리 미래산업의 먹거리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배터리는 물론, 멀찌감치 간격을 두고 앞서 나간다고 자부했던 자동차 산업은 이제 턱밑까지 쫓기는 양상입니다. 오히려 전기차의 경우 중국이 저만큼 격차를 벌리며 앞서가고 있지요.
과거 일본의 산업화를 추격할 때는 오로지 기술력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중국과의 싸움에서는 기술력은 물론, 이들이 거머쥔 거대 시장과 자본력에도 맞서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중국산’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먼저 돌려버리고 맙니다. 아예 이들과 맞서보겠다는 생각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지요. 현실을 외면한 채 극단적인 국수주의에 빠져있기도 합니다.
당장 전기차만 해도 그렇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성능이 뛰어나고 값비싼 ‘NMC(니켈·코발트) 배터리’를 고집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중국 업체들이 선점한,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수천 년 인류 역사 속에서 중국 물건은 언제나 뛰어난 물건이었습니다. 명나라 시절 그들이 만들었던 도자기와 비단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최근 수십 년 사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갈리면서 중국이 산업화에 뒤처졌을 뿐입니다.
머지않아 중국산 공산품이 기존의 편견을 걷어내고, 그 옛날 ‘명나라 비단’처럼 우리 코앞에 비싼 값으로 성큼 다가올지 모를 일입니다. 현실을 외면한 채 마냥 ‘왕 서방 제법이네’라며 폄훼할 때가 아니라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