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밝힌 바다. 방한한 EU의 샤를 미셸 상임의장,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벌인 뒤 공동기자회견에서다.
윤 대통령과 미셸 상임의장·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상회담을 벌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우선 경제협력 측면에서 한국과 EU 간의 기존 산업정책대화를 ‘공급망·산업정책대화(SCIPD)’로 확대 개편하고 올해 안에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주요 의제는 2030년까지 EU가 반도체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게 목표인 반도체법 관련 협의 등을 통한 반도체 공급망 안정 공동 메커니즘 개발이다.
반도체법 외에 핵심원자재법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해서도 양자 경제협력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소통키로 했다. 핵심원자재법은 원자재 중국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EU 역내 가공 비중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유럽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린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수입품에 대해 분기별 탄소배출량 보고의무를 지워 ‘탄소세’를 물리는 입법이다.
윤 대통령이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배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정상 차원에서 요청을 한 것과 같이, EU 지도부에 우리 기업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조율을 요청한 것이다.
EU 측은 13년이 된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저희의 교역 성과는 110% 증가한 바 있다. FTA 덕분이고 이는 실질적인 성과로서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도 “저희 관계에 아주 굳건한 기반이 되는 건 13년 된 FTA인데, 양국 국민에 많은 혜택을 줬고 오늘 관련해서 많은 논의가 있길 바란다”고 했다.
우리 외교부 장관과 EU의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 간의 한·EU 외교장관 전략대화도 신설한다.
구체적인 분야 협력 강화도 포함됐다. 그린 파트너십과 보건 비상 대비 대응에 대한 행정 약정을 체결해 기후행동·환경보호·에너지 전환 등 포괄적 기후·환경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의료 대응 수단 연구·혁신·제조 및 심각한 초국경적 보건 위기 대비와 백신 접종 및 생산 역량에 대한 제3국 지원 등 보건 분야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지난해 11월 체결한 디지털파트너십 확대에 따라 디지털 통상 분야에서 구속력 있는 하의 도출 협상을 개시토록 노력키로 했다. EU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에 한국을 준회원국으로 가입시키는 공식 협상도 개시키로 했다.
북한과 우크라이나 등 국제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함께했다”며 “북한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위해 긴밀히 협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미셸 상임의장은 “EU는 핵무기를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의 계속된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노력에 같이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용인하지 않듯,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선 미셸 상임의장은 “우크라이나의 대대적 침공이 일어나는 지금 시점에서 심도있는 한·EU 협력은 사치가 아니라 정말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것이 됐다”고 했고,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러시아는 유엔(UN·국제연합) 헌장과 국제법을 중대하게 위반하고 있다. 한국은 초기부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강력한 유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