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는 2분기(4∼6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인상 결정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면서도 급격한 인상으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제시한 자구안과 관련해선 임금 동결 등 논의 과정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정부·여당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전기·가스요금 관련 당·정 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대책 등을 논의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협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대출 의장은 "당정은 지난 한달 반 동안 전기·가스요금에 대해서 국민들은 물론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어오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왔다"며 "앞서 민당정 간담회에서도 소비자단체, 소상공인, 반도체 산업계 역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의장은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19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삼중고를 겪어온 국민과 기업에 과도한 부담은 안 된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요금인상 논의를 다시 했다"며 "요금인상 단가와 관련해 급격하게 인상하게 되면 국민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자구안에 대해선 임금동결 등 논의 과정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 의장은 "지난주 한전과 가스공사가 비상경영선포식을 통해 기존에 마련된 자구 계획에 7조 원을 추가해 2026년까지 모두 41조2000억 원대의 자구 노력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요금인상을 결정하게 된 다소 긍정적 요인으로 판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사의 이러한 자구계획 약속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실천되는지도 지켜보기로 했다"며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직원들의 임금 문제와 관련해도 노조 협의에 착수하기로 한 만큼 논의 결과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인 한무경 의원은 이날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국민들이 요금 인상을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당에서 거듭 강조했다"며 "무엇보다 지금 한전과 가스공사의 대규모 적자 사태는 정부와 공기업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지난주 한전과 가스공사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자구안을 내놨지만, 과연 이것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느냐를 봤을 땐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있다"며 "전 직원이 위기 타개에 동참해도 모자랄 판에 한전은 6%, 가스공사는 7%의 인원만 임금동결에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당정협의 이후에 방만한 공기업의 허리띠를 더 졸라매도록 하고, 민생 부담을 최소화해 덜어드리는 데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정은 이날 전기·가스 인상 이후 일반 가구와 취약계층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도 내놨다. 당정은 일반 가구의 경우, 7월부터 전기요금 에너지 캐시백(전기·가스 절약 가구 절감량에 따른 현금 지급)의 인센티브 수준과 지급 기준을 확대하는 한편, 누진 구간도 확대하는 등 여름철 냉방비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에너지 취약계층은 이번 인상분을 경감해 적용하고, 인상분 적용을 사회배려계층에 1년간 유예하는 한편 에너지 바우처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소상공인과 뿌리기업에는 전기요금 분할납부제를 실시해 요금 부담을 완화하고, 농어민은 요금 인상분을 분산해 반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분을 3년간 3분의 1씩 분할 적용해 부담을 덜기로 했다. 이외에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지원 정책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인상 폭은 이날 오전 9시 20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브리핑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8원의 인상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돼왔으며 당정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요금 역시 지난해 인상분인 MJ(메가줄)당 5.47원을 넘지 않는 소폭 인상이 전망된다.
이날 협의회에는 당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만희 정책위 수석부의장, 송석준 정책위 부의장, 국회 산중위 여당 간사인 한무경 의원, 국회 기획재정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과 전주혜 원내대변인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강경성 산업부 2차관, 방기선 기재부 1차관 등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