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살고 있는 집과 현금은 아내에게 주고 상가 건물은 장남에게만 줄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내용의 유언장을 써둘까 고민만 하다가 아직까지 유언장을 쓰지 못했다. A 씨는 치매 증상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어 지금이라도 유언장을 써두려고 하는데 지금 유언장을 쓰더라도 효력에 문제가 없을지 걱정이 된다.
유언장이든 증여 계약이든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의사능력’이 있어야 한다. “의사능력”은 법률적으로는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말하는데 쉽게 말하면 행위를 하는 사람이 내가 지금 무슨 행동을 하는 것인지 충분히 알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의사능력이 없는 사람이 한 행동은 무효이다.
최근 증여, 신탁, 유언장 등의 효력과 관련한 분쟁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대부분 이렇게 재산 승계를 할 당시 의사능력이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의사능력이 있었는지 여부는 일률적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고 당시 그 사람의 상태가 어떠했는지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을 하게 된다. 재산 승계를 했을 때 상태가 어떠했는지는 주로 당시 의료기록을 가지고 판단하게 되는데, 치매 진단을 받았는지, 약을 복용하고 있었는지, 치매 검사 결과는 어떠했는지 등의 자료가 활용된다.
A 씨 같은 경우는 어떨까? 단지 기억력이 나빠졌다는 사정만으로 유언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의사능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A 씨가 고령이고 어느 정도 인지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A 씨가 사망한 이후 가족들 중 누군가가 A 씨가 작성한 유언장의 효력을 문제 삼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특히 A 씨는 배우자와 장남에게만 재산을 물려줄 생각이기 때문에 재산을 받지 못한 작은 아들과 딸이 유언장의 효력을 문제 삼고 소송을 제기하거나 유언 집행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온다면 배우자와 장남은 큰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모 금융기관과 체결한 유언대용신탁의 효력이 문제된 사건이 있었다. 1심에서는 유언대용신탁 체결 당시 의사능력에 문제가 없었다고 봤지만 2심에서 이러한 결론을 뒤집어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체결된 신탁 계약이라고 보아 무효라고 판결, 대법원에서 2심의 결론이 최종 확정된 사건도 있었다. 금융기관과 체결된 계약이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전문가들도 관여한 계약이었을 텐데도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체결된 계약이라는 판결이 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의사능력에 관한 문제없이 안전하게 재산 승계를 할 수 있을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건강에 문제가 없는 때부터 일찍 재산 승계에 관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건강에 문제가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재산 승계를 준비하게 돼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나마 안전장치를 갖추고자 한다면 유언장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장으로 작성하고 유언을 할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남겨둔다거나 유언 당시 건강 상태에 관한 의사의 소견 등을 받아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장의 효력 여부에 관한 소송도 여러 건 하고 있어 이러한 방법이 완벽하다고 하기는 어렵고 결국 건강에 문제가 생긴 다음에 준비를 시작하면 상속과 관련한 분쟁이 생길 가능성을 100% 없애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