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옴부즈] 주거와 교육은 생존권이다

입력 2023-05-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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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선언하고 있다. 주거, 교육, 여성, 노인, 청년 문제가 특히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이는 인간존엄성의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2022년 출산율이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라는 사실은 단순히 혼인과 인구의 역학관계에서 벗어나 생존권의 문제로 봐야 함을 시사한다.

2023년 추계인구 5155만8034명으로 세계 29위인 우리나라는 그 감소세가 뚜렷하다. 국가통계포털(통계)에 따르면 2053년 500만 명 감소로 47위, 2063년 1000만 명 감소에 56위로 밀려난다.

인간답게 생활할 권리는 헌법가치

1960년대까지만 해도 베이비 붐으로 폭발적 인구증가세를 보였던 우리나라다. 그 반작용으로 1970년대부터 20여 년간 출산억제책이 뒤따랐다. 우리 사회가 인구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은 2000년 들어서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나온 것도 이즈음이다. 국가 경쟁력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토머스 맬서스는 가족 부양능력 없는 사람의 결혼을 사회에 짐을 지우는 부조리한 처사라며 극구 반대했다. 그가 영국의 구빈법 철폐를 주장한 것도 빈곤한 혼인은 인구만 늘게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오늘날 들으면 악덕 경제학자가 따로 없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당시 자유지상주의에서의 인구 억제책인 빈곤을 오늘날 인구 증가책인 탈빈곤으로 거꾸로 읽으면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성별, 신분에 따라 차별받지 않으며 국가가 이를 보장할 것을 헌법은 명한다. 경제적 이유와 여권신장이 더해져 여성의 사회활동이 당연시되는 시대다. 이는 주거와 자녀교육에 대한 해결 없이는 출산율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움을 말해 준다.

입고 먹는 것과 달리 주택은 투기재로 변했다. 주택보급률 100%를 채운 지 10년이 넘었으나 많은 시민이 집과 금융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 주거권 명시와 주거안정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구현하고자 주거기본법(2016년)을 도입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희망을 잃은 청년층은 껍데기집 없는 민달팽이세대로 불리고 있다. 주택을 투기 대상으로 보는 한 공급은 언제나 부족하기 마련이다.

투기심리 잡고 공교육 강화해야

금리인상에 따른 집값 하락 시대다. 투기심리를 뿌리 뽑고 거품을 걷어내는 정상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최근의 빌라왕 사태도 투기의 부작용이다. 이 기회에 주택을 ‘소유에서 주거’ 관념으로 확 바꿀 정책을 내놔야 한다. 거주 안정과 집값 및 임대료 폭등의 완충장치로 양질의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은 그 한 예다.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 실질이 돈에 좌우됨은 다 아는 사실이다. 2021년 통계는 초중고 사교육률이 80%에 근접하고 사교육비가 월평균 40만 원에 육박하며 소득수준에 비례함을 보여준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교육비는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인다. 공교육 정상화 외침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약자에게 실질적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와의 관계에서 맬서스의 식량문제는 주거와 교육문제로 대체됐다. 대신 그가 몰랐던 양성평등 문제가 대두됐다. 그 실현은 우리 사회의 지향점이나 아직 진행형이다. 육아는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남아 있다. 출산율이 온전하게 증가하려면 경제적 문제와 함께 양성의 역할 변화에 대한 개선책이 동시에 모색돼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나온 지 20년이 다 돼 가지만 이렇다 할 현실적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기껏 출산과 양육의 경제적 부담 경감에 치우친 감이 있다. 2067년이면 고령인구가 생산연령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추계한다. 주거권, 교육권은 내 생존 문제다. 인구문제를 주거, 교육문제와 연계해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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