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경기 부진이 수출은 물론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세수여건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최근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물량의 10% 감소 시 국내총생산(GDP)을 0.78%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물량 감소가 민간소비와 투자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반도체 수출물량이 변하지 않고 반도체 가격만 20% 하락할 경우 주로 국내총소득(GDI) 감소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으로 인해 GDP가 0.1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KDI는 "반도체 경기 부진은 2022~2023년 세입 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면서 "다만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가 10억 원당 2.1명으로 전 산업의 10.1명에 비해 미미하다는 점에서 반도체 경기 하락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KDI는 반도체 수출에서 메모리 부문 비중(약 64%)이 큰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경기 변동에 더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의 메모리 사업에 치중해 있다 보니, 가격변동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KDI는 "최근 반도체 경기 하락은 메모리 부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시스템반도체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1.1% 감소했지만, 메모리반도체는 56.3%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한국 반도체 수출의 대(對)중국 비중은 최근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국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실제 올해 1분기 한국의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수출 중 대중국 비중은 각각 44.7%, 32.5%로 2021~2022년(43.9%, 32.9%)와 유사한 수준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 시점에 대해 KDI는 "반도체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컴퓨터와 모바일기기의 교체 주기를 감안하면 올해 2~3분기 반도체 경기 저점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KDI는 "최근 우리 기업의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한 다변화는 경기 변동을 축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반도체 산업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크게 노출된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산업·통상·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해 관련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