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단일 국가 의존 낮추려는 움직임
미중 디커플링도 재세계화 부추겨
인도, 대만, 베트남, 멕시코 등 중국 대안 부상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CPB)이 공표한 국제무역 선행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 산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대외무역 비중(2010년 100 기준)은 올해 2월 96.8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팬데믹 여파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으로, 일부 전문가들이 경고했던 탈세계화와는 다른 양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 5월과 팬데믹이 본격화했던 2020년 5월엔 각각 92와 94까지 추락했다.
재세계화를 부추긴 가장 큰 요인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다. 지난해 미·중 디커플링 속에 미국의 관세가 부과된 중국산 제품 수입은 무역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2017년 대비 14% 감소했다. 대신 미국 전체 수입품에서 대만과 인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 여전히 중국과 홍콩이 차지하는 수입 비중은 17%로 가장 크지만, 이들 5개국 합산도 14%에 달한다.
최근엔 멕시코도 중국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늘어난 공장 주문과 이에 따른 창고 수요 증가로 인해 산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2020년 6.3%에서 지난해 2.1%까지 하락했다. 멕시코는 미국, 캐나다와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토대로 입지를 넓히고 있으며, 공급망 다각화를 모색하는 수입업체들과 일부 중국 수출업체가 이곳에 거점을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대서양 횡단 무역도 늘었다. 미국이 중국 대신 유럽을 택한 결과다. 2월 기준 미국의 월간 대중국 상품 수입액은 306억 달러(약 40조6062억 원)인 반면, 영국과 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 한 수입액은 485억 달러에 달했다. 최근 1년간 수입 증가율도 중국은 6%, 유럽은 13%로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이 2004년부터 이어오던 EU와의 항공기 보조금 분쟁을 2021년 일시 중단하고 같은 해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했던 관세를 철폐한 영향이 컸다.
상품별로도 재세계화 움직임이 보인다. 스마트폰은 이제 중국을 넘어 인도와 베트남에서도 본격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인도, 베트남이 전 세계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각각 9.4%, 12.7%에서 지난해 14.5%, 16.1%로 커졌다. 베트남은 가구, 중국과 독일은 전기자동차에서 앞서나가는 중이다.
블룸버그는 “세계화의 종말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국가 간 무역을 통한 경제 통합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다”며 “지난 3년간 세계 무역은 다소 둔화했지만, 대부분 역사적인 추세와 같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