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역에서 혼란이 가중되면서 경제의 세계화도 주춤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61%로 정점을 찍은 뒤 57%까지 떨어졌다. 갈등 격화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도 줄었다. 미국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최고치인 22%에서 지난해 17% 미만으로 줄었다.
다만 이는 세계화의 소멸이 아닌 재편 과정이라고 로드릭 교수는 평가했다. 그는 “다국적 기업은 글로벌 공급망을 포기하기엔 너무 많은 투자를 해왔다”며 “세계화에서 등을 돌린다면 인플레이션이나 생산성, 이익 측면에서도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소비자가 값싼 상품에의 접근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공급망은 저버릴 수 없는 체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계 경제활동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80년대 평균인 36%, 90년대의 40%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중 간 무역이 감소한 빈자리를 베트남과 멕시코, 대만, 태국, 인도 등이 채우면서 대미 수출 점유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은 2007년 이전 100억 달러 미만이었던 대미 수출 규모를 지난해 1200억 달러(약 149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세계 각국은 이제 싸고 효율적이면서도 동시에 더 안전한 공급망을 찾고 있다. 안보와 정치적 긴장이 경제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이뤄진 기존 공급망은 수명이 다했기 때문이다.
세계 정치에서 중립을 강조하는 베트남이 중국의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ECV홀딩스의 데이비드 루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베트남의 초점은 오로지 성장과 번영, 외국인 투자 유치에 있다”며 “베트남에서는 세계 지배라는 야망을 빼면 중국에서 찾던 것을 모두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일본도 달라지고 있다. 일본 의류 제조업체인 마츠오카는 3년 내로 동남아시아 생산 비중을 기존 50%에서 71%까지 늘릴 계획이다. 베트남과 방글라데시에는 새 공장을 짓기 위해 87억 엔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 투자업체 워버그핀커스의 정치적 위험 감독 책임자인 제이크 시워트 전 백악관 대변인은 “팬데믹 동안 많은 기업은 대부분 생존 그 자체에 초점을 맞췄고, 이제 점차 장기적인 문제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재세계화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