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처음 만난 영희 씨의 어머니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어머니는 “이사를 잘못해, 가서는 안 될 곳을 가서 딸에게 귀신이 들렸다”며 하소연했다. 가슴 한편이 무거워지지만 병식이 없으니 답답함을 토로하는 어머니의 심정이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영희 씨의 나이 이제 20세, 영희 씨는 지난해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후유증쯤으로 생각했단다. 환청이 들리고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는 것 같고, 오밤중에 거리로 뛰쳐나가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영희 씨의 어머니는 병원을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현재는 환청, 환시, 망상 등 증상이 많이 호전된 상태다. 증상 악화를 경계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들도 환자의 질병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알아야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환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참석을 요청하자 어머니는 “사장님 눈치가 보여서 시간을 낼 수가 없어요. 먹고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가 없네요.” 먹고사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보니 이 포인트에서 더 이상 운을 뗄 수가 없다.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회복에 있어 제일 중요한 사람이 가족이다. 치료과정에 가족이 함께 참여하면 치료효과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환자보다도 가족이 느껴야 하는 심적 부담이 더 크지만 영희 씨처럼 조기 정신증은 발병 초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징후가 좌우되기 때문에 가족들의 관심과 도움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가족은 2인삼각 경기를 하듯이 환자와 함께 호흡을 맞춰 치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