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충전 인프라 없이 전기차도 없다

입력 2023-05-0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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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통신 인프라가 뒷받침됐기에 스마트폰 시대가 정착했다. 전기차 성장 속도에 비례해 충전 인프라 시장이 성장할 것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은 통신 인프라 시장을 닮았다. 하드웨어 기반의 충전기 제조에서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 차원의 충전 인프라 운영으로 확장성을 가진다. 충전기 분야의 애플, 플랫폼 분야의 구글, 충전 인프라 서비스 분야의 버라이즌으로 성장할 기업이 나올 수 있다.

충전기는 충전 속도에 따라 20킬로와트(kW) 이하는 완속, 그 이상은 급속으로 분류한다. 완속충전은 교류(AC) 전력을 이용하고, 급속충전은 직류(DC) 전력을 공급해 충전하는 방식이다.

충전 인프라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0% 내외로 성장해서 2030년 시장 규모가 2021년의 10배에 달할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기차 시장 성장률과 유사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주요국 중 인프라 구축 상태가 가장 저조하지만, 바이든 정부에서 적극 지원으로 선회했다. 내년 7월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적용해 급속충전기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전 세계 공용 급속충전기의 83%, 완속충전기의 56%가 중국에 집중돼 있다. 특히 중국은 공용 ‘급속충전기 보급이 잘 돼 있는데, 배경으로서 정부 보조금, 공공 시설의 적극적인 인프라 개발, 충전 사업자(CPO)의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수익성 개선 등을 꼽을 수 있다. 유럽연합은 충전 인프라 규정을 권고하고 있으나 아직 미흡한 상태이고, 상대적으로 공용 완속충전기의 보급이 활발하다.

한국은 법령을 통해 충전시설 설치 의무 대상과 설비 비율을 확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100세대 이상 아파트와 총 주차면 수 50면 이상 공중이용시설은 충전시설을 의무로 설치해야 한다. 의무 충전시설의 수는 신축시설의 경우 총 주차면 수의 5%, 기축시설은 2%로 강화했다. 이는 전기차 보급 목표와 동등한 수준으로 2025년까지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전체 차량의 5%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차충비(충전기당 전기차 수 비율)는 2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서 분석한 충전 인프라 이용 현황(2021)이 흥미롭다. 1회 충전 시 평균 이용시간은 급속은 38분, 완속은 4시간 40분이다. 설치 장소별 이용시간은 휴게소가 가장 많고, 주유소는 급속 비중이 월등하게 높다. 급속은 하루 중 낮시간, 계절별로는 여름과 가을에 충전 비율이 높다. 여름철엔 휴가철 장거리 이동 수요가 특징적이다.

충전기 제조 사업은 급속충전 중심의 기술력 우위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급속충전기는 전력 제어 및 온도 제어 기술과 시스템 통합 설계 기술이 중요시된다. 급속충전기의 판가가 완속 대비 5~15배 가량 비싸다. 기술적으로 ABB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급속충전기 제조 업체로는 SK시그넷, LG전자(애플망고), LS ELECTRIC, 대영채비, 중앙제어, 코스텔, 에버온 등이 경쟁하고 있다. 향후 무선충전 기술과 자동 충전 로봇 기술로 진화할 것이다. 무선충전은 무거운 커넥터를 연결하거나 충전기를 조작할 필요가 없어 간편하고, 수시로 충전할 수 있으며, 교통약자도 쉽게 이용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플랫폼 사업은 전단부의 모빌리티 분야와 후단부의 충전관제 분야로 나뉘며, 소프트웨어의 신뢰성이 중요하고, 타사 충전소 시스템과 호환성을 갖춰야 한다.

충전 인프라 운영(CPO)은 통신 서비스와 유사하다. 인프라 투자를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핵심 역량으로 부지 선정, 충전기 설치·관리, 유지 보수, 충전소 운영 능력이 요구된다. 풍부한 자본력과 강력한 파트너십이 경쟁 우위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대기업이 유리할 것이다. ChargePoint가 글로벌 최대 사업자이다. Tesla도 CPO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일렉링크, GS커넥트, 차지비, 에버온, 대영채비, 파워큐브코리아 등이 멤버십 규모에서 앞선 것으로 판단된다.

충전 인프라 운영 사업은 SK, LG, 현대차, GS, LS, 롯데, 한화, 신세계 등 국내 대기업집단들의 각축장 양상을 보인다. 근래 인수·합병(M&A)가 가장 활발한 분야 중 하나이다. 통신 서비스처럼 대규모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적기 투자와 차별화 솔루션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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