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는 다르덴 형제의 신작 ‘토리와 로키타’를 개막작으로 낙점해 27일 개막식에서 첫선을 보인다. 난민 청소년의 고단한 삶을 바라본 이 작품으로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기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로제타'(1999), '더 차일드'(2005)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데 이은 특별기념상 수상은 소수자를 향한 꾸준한 시선을 유지해온 거장에 대한 칸영화제의 극진한 예우로 풀이됐다.
다르덴 형제는 이번 전주 일정으로 첫 내한 행사를 치른다. 26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두 감독은 27일 전주에서 열리는 언론 대상 기자회견에 참석할 예정이다. 29일에는 ‘토리와 로키타’ 일반상영 이후 극장을 찾아 직접 관객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다. ‘우리들’(2016), 우리집’(2019)을 연출한 윤가은 감독이 모더레이터로 나서는 두 감독과의 마스터클래스는 28일 진행된다. 28, 29일 상영 일정은 전석 매진됐다.
올해로 24회째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자본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독립영화나 작가적 관점을 극단으로 밀어붙인 실험영화를 선별해 소개하며 다양성 영화를 선호하는 팬층의 입맛을 맞춰왔다.
이번 영화제 역시 ‘한국경쟁’ 부문을 통해 심혜정, 신동민, 박마리솔 등 한국의 중견ㆍ신인 감독을 고루 조명한다. 전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다루는 ‘프론트라인’ 섹션에서는 프랑스 파업에 주목한 ‘노랑 조끼의 프랑스’, 이란의 여성문제를 지적한 ‘바람이 나를 데려가게 해주오’ 등을 선보이면서 그간의 영화제 색채에 어울리는 라인업을 다수 갖췄다.
라인업의 힘은 온라인 예매 열기에서도 드러났다. 예매를 시작한 14일 당일에만 4만 8000장 티켓의 75%에 해당하는 3만 6000장이 판매됐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사회적 인물을 깊이 있게 조망하는 다큐멘터리가 그 확장 가능성을 점쳐보는 무대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인 흥행 성적을 쓴 이창재 감독의 ‘노무현입니다’(185만 명)나 이승준 감독의 ‘그대가 조국’(33만 명)이 이 무대를 통해 최초 상영된 바 있다.
신작 ‘문재인입니다' 역시 그 계보를 이어 영화제 기간인 29~30일 이틀간 프리미어 상영한다. ‘노무현입니다’를 연출한 이창재 감독의 신작으로 민주진영 지지층은 물론 일반 대중의 관심까지 끌어낼 수 있을지 낼지 주목된다.
송강호 주연의 '거미집'으로 오는 5월 열리는 제76회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김지운 감독도 28일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당초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장르를 발명한 세르지오 레노에 감독의 작품을 논하는 패널 자격으로 섭외된 만큼 해당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되, 행사 당일 칸영화제 초청에 관한 짧은 소감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동집행위원장 자리에 오른 배우 정준호의 행보 역시 주목된다. 20여년 넘게 상업영화에 출연해온 그의 업력과 전주국제영화제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영화계 일각에서 있었던 만큼, 올해 행사에서 어떤 역할을 해낼지 관심사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27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개막한다. 배우 진구ㆍ공승연의 사회를 시작으로 포문을 연 뒤 다음 달 6일까지 열흘간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 극장에서 42개국 247편의 영화를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