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타트업 성장단계별 맞춤 지원
은행 벤처펀드 출자한도 1%로 확대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가 얼어붙은 투자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벤처ㆍ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별 수요에 따라 총 10조5000억 원 지원에 나선다.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한도도 기존보다 2배 확대한다.
중기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고금리와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해 벤처펀드 결성은 지난해 4분기부터 감소세로 전환됐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 투자는 전년동기대비 60.3% 줄었고, 지난해 4분기 역시 전년동기대비 43.9%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한국벤처투자의 리포트에 따르면 응답 VC의 87.9%가 투자환경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90.6%는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봤다. 벤처투자시장의 어려움은 올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정책금융 2조2000억 원, 정책펀드 3조6000억 원, 연구ㆍ개발(R&D) 4조7000억 원 등 총 10조5000억 원의 자금을 시장에 공급한다.
벤처ㆍ스타트업을 초기ㆍ중기ㆍ후기 성장단계로 나누어 맞춤 지원한다. 시드부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초기 기업에게는 기술보증기금(기보)‧신용보증기금(신보)이 총 1조2000억 원을 추가로 보증한다.
시리즈 B 투자를 받은 중기 기업에게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ㆍ기보ㆍ신보가 정책금융 3500억 원을 확대 공급하고 산업은행‧기업은행은 세컨더리 펀드 조성 규모를 1조5000억 원으로 늘린다.
후기 기업의 인수ㆍ합병(M&A)을 활성화하기 위해 M&A 및 세컨더리 펀드의 40% 이상 신주 투자 의무를 폐지하고, M&A 벤처펀드에 대해서는 20%로 제한된 상장사 투자규제도 완화한다.
세컨더리 펀드는 신규 벤처‧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벤처펀드가 투자한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를 말한다. 신주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세컨더리 펀드를 규제해왔던 만큼 이번 규제 완화는 초기 신규 투자 이후의 스타트업 중 자금난에 시달리는 곳에도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할 수 있다.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한도를 자기자본의 0.5%에서 1%로 2배 확대한다. 정부는 은행이 예금주에게 돌려줄 자금까지 활용해 과도한 투자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벤처펀드 출자 한도를 자기자본의 일정 수준 미만으로 하도록 규제해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규제 완화로 은행의 부실 위험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은행의 건전성 문제는 스스로가 관리ㆍ감독할 것이고 자정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며 “한도를 늘린다고 다 투자하는 건 아니겠지만 벤처에 대한 은행권의 관심도 늘고 있는 만큼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민간 벤처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주요 출자자인 법인의 출자 세액공제를 신설한다. CVC가 국내 창업기업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해외 자회사 대상 투자를 할 때 국내기업과 동일한 조건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세액공제율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다”면서 “외부 출자금‧해외 투자비율을 늘려달라는 업계 요청은 검토 의향은 있다”고 말했다. 업계 숙원인 복수의결권 도입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벤처기업이 다양한 외부전문가를 활용해 성장할 수 있도록 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전문자격증 보유자에서 학위 보유자와 경력자까지 넓힌다. 2027년 일몰이 도래하는 벤처기업법을 상시 법으로 전환한다.
이 장관은 “오늘 발표한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한편 벤처투자 침체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중하게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여러 차례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접한 만큼 속도감 있게 자금을 집행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자주 업계와 소통하며 필요한 지원과 제도개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