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코스피시장이 돼지 인플루엔자(SI) 확산 공포와 美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불확실성 우려로 폭락, 1300선에 턱걸이 마감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27일)는 침체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글로벌 경제에 SI가 소금을 뿌릴지 모른다는 우려와 항공기 테러 해프닝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주요지수가 1% 내외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편 SI 공포감은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해 美 국채와 달러화가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이틀 연속 하락에 따른 반발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소폭 상승출발한 코스피지수는 국내외 SI 관련 보도와 더불어 정오경 하락반전했다.
오후들어 "미국 금융감독 당국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추가 자본확충을 요구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가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급랭했다.
외국인마저 매도로 돌아서면서 장 후반 한때 1300선을 이탈하기도했던 지수는 1300선을 간신히 회복하며 전일대비 39.59p(2.95%) 내린 1300.24p로 거래를 마쳤다.
심리적 지수대인 1300선을 지키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날 코스피지수는 20일선을 장대음봉으로 이탈, 수급이 크게 악화됐음을 보여줬다.
매수기조를 이어오던 외국인이 291억원 순매도로 돌아서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고, 기관도 기금(-1458억원)을 중심으로 93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17거래일 연속 '팔자'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개인은 1923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기관 매물을 받아냈다.
KSP200선물시장에서 개인이 4702계약 매수우위를 보인 가운데,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4024억원)를 중심으로 4889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에도 불구 1천억원 가까운 순매도로 집계될만큼 이날 기관의 매도는 강도높게 진행됐다.
SI 확산 악재에도 잘 버티던 아시아 증시들이 미국발 금융불안감에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오전 장에 1% 가까운 상승세를 타던 닛케이지수는 2.67% 급락세로 마감했다. 수렴횡보를 거치다 아래쪽으로 힘이 쏠리는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지난 주말 20일선을 이탈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16%)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단기 데드크로스를 허용했다.
그밖에 항셍지수(-1.92%), 가권지수(-1.90%), 싱가포르지수(-0.56%)도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증시가 흔들리자 원/달러 환율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한달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3.40원 오른 1356.80원으로 마감했다.
대부분 업종 하락, 금융·제약株↓ 4대강·SI수혜株↑
전기가스(0.16%)을 제외한 전업종이 내린 가운데, 전일 SI 관련주로 부각되며 묻지마식으로 급등했던 제약주들이 무더기 급락하면서 의약품업종지수가 5.26% 폭락했다.
그밖에 증권(-4.59%)과 유통(-4.47%), 은행(-4.31%), 기계(-3.99%), 철강금속(-3.94%), 운수장비(-3.81%) 업종의 하락폭이 컸다.
미국 대형 은행들의 실망스런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금융주들이 위축됐다.
신영증권이 10.36% 급락한 것을 비롯해 한화손해보험(-8.67%), 골든브릿지증권(-8.53%), 롯데손해보험(-8.43%), SK증권(-7.89%), 진흥저축은행(-7.60%), HMC투자증권(-6.88%), 우리금융(-5.89%), 기업은행(-5.70%) 등의 금융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전일 기대감으로 무더기 급등했던 제약 등 의약품주들은 실제 SI 백신생산과 관련이 있는 녹십자(상한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급락세로 돌아섰다.
일동제약이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것을 비롯해 현대약품(-14.80%), 영진약품(-14.49%), 종근당바이오(-13.89%), 한올제약(-13.51%), 우리들생명과학(-13.46%), 중외제약(-11.11%), 국제약품(-10.94%), 일양약품(-10.00%), 오리엔트바이오(-9.91%), 유나이티드제약(-9.71%) 등이 동반 급락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들도 한국전력(0.97%)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삼성전자(-1.71%)가 깜짝실적 발표 이후 사흘째 하락했고, POSCO(-4.04%)와 현대중공업(-5.02%), LG전자(-1.96%), 현대차(-2.59%), 신한지주(-3.45%), KB금융(-4.32%), LG디스플레이(-4.32%) 등 각업종 대표주들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돼지인플루엔자(SI) 테마주들은 등락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대체식품주로 부각된 한성기업, 사조대림, 오양수산, 사조산업, 신라수산, 동원수산, 하림, 마니커를 비롯해 중앙바이오텍, 대성미생물, 파루, 이-글벳, 제일바이오, 대한뉴팜, 중앙백신 등 백신·방역주들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신라교역(-13.11%), 동원산업(-13.46%), 코미팜(-11.31%), 에스디(-12.53%), 동원F&B(-11.25%), 동우(-7.41%), 한일사료(-14.40%)가 급락세로 돌변했고, 알앤엘바이오, 이네트, 한미창투 등은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
광범위한 수혜주로 부각되며 전일 급등했던 바이오주들도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파랗게 질렸다. 메디포스트, 이수앱지스, 에스티큐브, 제이콤, 이지바이오, 이노셀, 산성피앤씨, 마크로젠, 조아제약, 바이로메드, 바이오랜드, 진양제약, 삼천당제약, 차바이오앤 등이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다.
자전거 육성 정책 수혜 기대감으로 최근 정책수혜 테마중 두드러진 강세를 펼쳤던 삼천리자전거와 참좋은레져도 하한가를 면치 못했다.
한편 전일 대통령의 4대강 사업추진 의지 피력에도 혼조세를 보이던 4대강 테마주들은 뒤늦게 초강세를 연출했다. 삼호개발과 동신건설, 이화공영, 울트라건설, 특수건설, 홈센타, 신천개발, 영진인프라, 삼목정공 등이 대안주로 부각되며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이날 개인매매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은 5.26% 급락, 코스닥지수가 닷새만에 5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다시 불거진 유동성 리스크..실적 거품론
지난 21일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대다수의 미국 은행들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많은 자본금을 갖고 있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시사했고 지난 주말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미국 정부가 19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자본이 부족한 것으로 판명난 해당 은행은 금융시장 영향력이 적은 후발은행이 아니라, 이미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된 초대형 은행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들어 실적이 좋아졌다고 했지만, 한시적으로 개정된 제도를 이용해 유리한 회계기법만을 적용한 두은행의 속사정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초대형 부실은행들의 유동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으며, 전체 금융시장의 유동성 리스크는 언제든 재부각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두 은행은 감독당국의 지시에 불복해 반박자료 제출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핵심 대형은행들의 자본금이 필요이상으로 많다"는 뜻으로 비쳐졌던 미국 금융당국의 말만 믿고 별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투자자들은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결과다.
주요 자본 부족은행들의 명단이 노출되면서 매를 먼저 맞은 셈이지만 '내용의 충격'을 감안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관련 불확실성이 걷혔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씨티그룹의 회계처리가 합법적이긴 하지만 '분식'에 가깝다고 혹평했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의 '실적 거품론'이 다시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
불확실성 완화前까지 리스크 관리 우선
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는 돼지 인플루엔자(SI)가 증시의 새로운 불확실성 요인으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아직 확인된 감염 및 사망자수가 미미하기는 하지만 최장 7일의 잠복기로 인해 불확실한 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고, 숙주와 감염경로 등이 일반 감기나 AI 등과 달라 대유행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미치는 영향과는 별개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높이면서 랠리 이후 휴식이 필요했던 증시에 SI가 조정의 빌미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GM 크라이슬러 문제 등이 골칫거리로 남아있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만만치 않은 불확실성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사실상 SI는 심리적 요인이 강하므로 증시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금융 불확실성' 등에 비하기 어렵고 각국이 적극적인 방역에 나서고 있는만큼 SI가 글로벌 증시를 벼랑으로 몰고갈거라 보기는 어렵다.
투자자 입장에서 'SI'보다 무서운 것은 신용경색을 초래하는 '금융불안감'이다. 스트레스 테스트 고비를 넘긴다면 생각보다 주가의 회복이 빠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불확실성들이 통제가능한 수준으로 완화되기까지는 (기술적 조정압력을 받아온) 글로벌 증시가 역동적인 상승세를 펼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테마 대장주들의 시세가 꺾이는 등 테마주들의 변동성이 매우 확대되는 상황이라 테마주 투자도 리스크가 큰 시점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경기회복에 베팅하는 전략, 즉 경기민감주 중심의 원칙적인 주식비중 확대전략은 유효하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기대를 모았던 삼성전자는 대외변수들에 눌리며 반등이 지연되는 흐름이다. 반등이 늦어질수록 증시의 단기 하락압력은 높아지고 주가의 회복도 그만큼 지연될 수 있다.
횡보 이후 추가 상승에 실패, 급락하면서 상승추세가 훼손되는 종목들이 확연히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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