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달러인덱스, 가파른 약세에 금·은 ‘우르르’ 원화만 ‘와르르’

입력 2023-04-17 15:23 수정 2023-04-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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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가 지난달부터 급격한 약세에 접어들면서 대체상품인 금, 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2% 넘게 하락했다. 이날 달러인덱스는 101.62로 100선을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점(113.35)과 비교하면 10.35%나 떨어진 수준이다. 지난 13일에는 하루 만에 0.7%의 큰 하락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달러 약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막판에 접어들었다는 기대 속에 나타나는 흐름이다. 여기에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달러가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하락한 영향도 작용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달러화는 엔화, 파운드화 등 기타 외화자산들보다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달러화의 대체상품격인 금, 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긴축 강화가 꺾이면서 금리 인상이 끝난 후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에게 금이 매력적인 대체투자 수단으로 안전자산의 가치가 부각되는 것이다. 변동성이 높은 통화 자산보다 실물 안전자산이라는 점도 매력적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금에 투자하는 ETF의 수익률은 고공행진이다. 금 선물에 투자하는 ‘한국투자ACE골드선물레버리지(금-파생형)(합성H)’은 연초 이후 수익률은 17.61%로, 최근 한 달로 좁히면 20%를 웃돌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금 현물에 투자하는 ‘한국투자ACEKRX금현물(금)’(15.20%) 역시 우수한 수익률을 내고 있다.

실물 금을 사들이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6일까지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팔려나간 골드바는 약 24억9760만 원에 달한다. 일주일 만에 지난달 판매액(39억5594만 원)의 63%가 팔린 것이다. 은 가격도 덩달아 상승세다. 지난달 이후 은에 투자하는 ‘삼성KODEX 은선물(은-파생형)(H)’은 20.94%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변동성이 확대되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5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60원(0.97%) 상승한 1311.50원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 약세 폭에 비해 여전히 높은 1310원대 구간을 움직이면서 약세를 보이는 것이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 압력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 약화, 특히 예상보다 부진한 수출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국이 리오프닝(경기 재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회복이 더딘 점이 원·달러 환율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 둔화 가시화에 따라 무역 수출국인 우리나라의 수출 전선이 1년 넘게 적자를 기록하면서 달러 약세에도 원화 약세 현상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46억2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작년 3월부터 13개월째 적자 행진을 이어 오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6년여 만에 가장 긴 무역수지 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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