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만약 질문하는 대상이 10대나 20대라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하겠는가? 상담을 하다 보면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만나는데 10대나 20대로부터 간혹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당돌한 반항 아님 어른들에 대한 비아냥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면에 ‘행복한 가정은 없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에 당혹감이나 난감함보다는 마음의 상처 크기가 먼저 느껴져 상담자의 마음도 무거워진다.
최근에 만난 내담자는 한창 빛이 나야 할 20세임에도 눈빛은 초점을 잃었고 무기력과 의욕저하에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매우 낮았다. 부모와 연락을 끊고 혼자 지내고 있다는 그는 자신을 ‘잘못 태어난 아이, 태어나선 안 될 존재’라며 비관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릴 적부터 엄마로부터 들어왔다고 한다. 부모의 화풀이 대상으로 윽박지름과 폭력 속에서 자란 그는 모두가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들로 위축된 삶 속에서 자신감도 잃어버린 것 같다. 살기 위해, 살려면 무엇이든 해야 하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 청년, 소심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 자기 의견조차 말하기가 꺼려지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이 어려워 타인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이 편해 세상 밖보다 자신만의 세상, 집을 선택했다. 든든한 울타리, 의지의 대상, 보호막이 되어야 할 부모, 가족이 자신에게는 공포였다는 그는 행복, 화목이란 말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고 그런 가정도 없다며, 있다 해도 자신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자신을 가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존재라고 자책하는 이 청년을 어찌하면 좋을지 그 상처의 크기 앞에 숙연해졌다.
자존감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은 자신감을 갖게 하고, 긍정적으로 행동하고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욕과 에너지를 생기게 한다. 이런 자존감을 높이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와의 애착 관계,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받은 부모의 사랑은 큰 영향을 미친다. 자녀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지켜달라고 이 세상 부모들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