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尹 경제사절단 참여
해법 모색 위해 보폭 넓힐 듯
반도체, 전기차 등을 둘러싼 미국 정부의 규제가 한국 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어 이달 말 경제사절단으로 현지 방문을 앞둔 재계 총수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1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24~28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경제사절단에 참여한다.
재계 총수들이 그동안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서 다양한 투자 계획을 밝히고 현지 기업과의 사업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미국 방문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정부가 최근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한국 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각종 자국보호주의 법안을 시행한 만큼 경제사절단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칩스법, IRA 모두 한국 기업에 불리한 상황”이라며 “민감한 규제 조항에 대한 유예 등 양국 협상에 진전이 없는 현재로썬 삼성, 현대차 등이 추가로 대규모 투자를 선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칩스법에 미국 내 보조금을 받을 경우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의 '실질적 확장'을 금지하는 가드레일 세부 조항을 발표했다. 애초 우려와 반도체 제조에 투입되는 웨이퍼(반도체 제조용 실리콘판) 수를 제한하되 기술 개발을 통해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 칩을 만드는 것은 규제하지 않기로 해 반도체 업계에선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그러나 곧이어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보조금 신청 세부 지침은 한국 기업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세부 지침에는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에 예상 현금흐름 등 수익성 지표(웨이퍼 예상수율, 판매가격, 생산량 등)를 엑셀파일로 제출하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보조금 지급 기업의 초과 이익을 계산해 일정 부분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 수율 등은 영업기밀인 만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세부 시행 지침을 마련한 IRA는 18일부터 적용된다. IRA의 주요 내용은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인데, 세부 지침이 현대차의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 전기차를 생산 중이다. IRA 보조금 대상이 유력했으나 세부지침에서 미국이나 FTA를 체결국에서 가공·생산한 리튬·흑연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을 40%(2027년 80%)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더해지며 제외됐다. GV70 전기차에는 중국에서 배터리셀을 만드는 SK온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이나,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해법을 찾기 위한 재계 총수들의 보폭이 현지 정관계 인사들까지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