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코인 사기 판쳐…점조직화·고도화”
강남 납치 살인 사건의 범행 동기로 가상자산 사기가 연관된 가운데,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기 범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통계상 가상자산 관련 범죄가 준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코인 관련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장에서는 범죄 수법이 고도화ㆍ점조직화돼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많을 것으로 본다.
지난달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상자산 관련 불법 행위 피해 금액은 2022년 1조 192억 원으로 2021년 3조1282억 원 대비 67% 감소했다. 검거 건수도 108건으로 54% 줄었고, 검거 인원도 285명으로 67% 감소했다. 이를 두고 유동성 한파로 인한 크립토 윈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가상자산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가상자산 관련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통계상 감소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범죄 수법이 복잡해지고 지능화되면서 유사 수신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특정 코인에 대한 사기 피해액이 커지면 경찰에서 전담팀이 구성됐으나, 최근에는 사기 범죄 형태가 한 명의 개인에게 여러 코인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개별 코인별 피해액이 커지지 않아 경찰이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국내에서 다단계 피라미드 조직 및 텔레마케팅 등을 이용한 가상자산 투자사기가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한 명의 개인에게 다종의 코인 투자를 권유해 개별 코인별로 피해액이 커지지 않는 수법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사수신 행위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는 하루에 2~3건씩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코인 다단계 사기 중 가장 전형적인 수법 중 하나는 프라이빗 코인이나 락업(상장 후 일정 기간 매각을 금지)된 코인을 판매하는 수법이다. 지인(다단계 판매책)이나 투자 커뮤니티 등 다양한 경로로 투자자에게 접근해 고수익을 미끼로 코인 투자를 권유하는 방식이다. 락업 코인의 경우 약속한 출금 해제 기간이 되면, 이미 시세 조종이 일어나 해당 코인 가격이 폭락하거나 오히려 수백만원의 출금 수수료를 요구한다.
또 해외 가짜 거래소와 지갑 사이트를 사칭해 코인·선물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주식 리딩방 사기와 결합한 신종 범죄도 발생했다. 이미 주식 리딩방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알아낸 다음, 인터넷 대출을 받게 하는 방식이다. 대출을 받은 후 자신이 판매하는 코인에 투자하라고 권유한다.
코인 관련 사기 범죄의 양태가 복잡하다니 보니, 일선 경찰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락업·스테이킹 등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성 있는 수사 인력도 부족하다보니 초기 사건 인지부터 수일이 걸린다. 이렇다 보니 보통 민생 경제 사기는 경제팀에서 수사가 이뤄지지만, 코인 사기는 지능범죄 수사팀으로 이관되는 추세이다.
가상자산 전문 로펌 디센트 법률사무소의 진현수 변호사는 “최근 가상자산 사기는 주식 리딩방 사기와 결합하는 등 구조가 복잡하고 내용이 어려워져 일선 경찰서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보인다”면서 “코인 사기는 엄청 많이 발생하고 있다. 체감상 현재 발생하는 금융 사기 중 절반이 코인사기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