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를 품에 안은 카카오가 정보통신기술(IT)과 지식재산권(IP)의 융합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을 더한다.
홍은택<사진> 카카오 대표는 28일 제주도 카카오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현재 콘텐츠 사업 부문은 글로벌 K컬쳐 성장과 함께 카카오의 글로벌 매출 증대를 이끌고 있다"며 이러한 계획을 밝혔다.
이날 카카오는 공개매수를 통해 SM 주식 833만3641주를 사들여 총 지분율이 39.87%가 됐다고 공시했다. 카카오는 지난 7일부터 26일까지 1주당 15만 원에 SM 주식을 공개 매수했다. 청약 경쟁률은 2대 1을 넘어서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카카오는 신속하고 원만하게 인수를 마무리한 이후 3사 간 사업 협력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홍 대표는 "SM이 보유한 글로벌 IP, 제작 시스템과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IT 기술, IP 밸류체인의 비즈니스 역량을 토대로 음악 IP의 확장을 넘어 IT와 IP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성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배재현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CIO)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도 가결됐다. 카카오는 "배 후보는 카카오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구현하는 등 다방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배 CIO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약 1조1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주도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의 핵심으로 꼽힌다. 공석인 카카오 이사회 의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SM 인수전 과정에서 하이브와 합의를 끌어낸 뒤 카카오는 배 CIO 명의로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배 CIO의 이사회 합류로 카카오는 글로벌 투자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배 CIO 외에도 정신아 카카오벤터스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신선경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새롭게 선임했다. 윤석 감사위원과 최세정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박새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조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해 새 이사회 구성을 완료했다.
이사 보수 한도를 120억 원에서 80억 원으로 줄이는 안건과 홍 대표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5만 주를 부여하는 안건, 퇴직금 지급규정 개정안도 통과됐다. 퇴직금 규정은 대내외적 어려움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 속에서도 대표이사 퇴직금 지급률을 3배로 높이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비판이 거세지자 카카오는 홍 대표 이후부터 개정된 퇴직금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홍 대표는 스톡옵션 부여 안건 관련 "재직 중 주가가 2배가 되지 않으면 (스톡옵션 행사를) 포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카카오는 중장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공지능(AI)과 헬스케어 영역에 집중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AI 영역에서는 글로벌 기업들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카카오브레인이 가지고 있는 한국어 특화 AI 모델 'Ko-GPT'를 활용,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날카로운 버티컬 AI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홍 대표는 대내외적 어려움은 올해도 지속되고,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성장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핵심사업인 카카오톡은 채팅탭으로 묶여 있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세분화해 소셜 미디어적 성격을 강화할 방침이다.
홍 대표는 "지난 10년간 카카오가 압축 성장하는 동안 가려져 있던 문제들을 점검하면서 사업의 구조부터 조직 문화까지 경영 전반에서 내실을 다져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