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총 상위 50곳 중에서는 5곳만 배당절차 개선 도입
"법적 의무 아닌데 경영진 설득 쉽지 않아 정관 개정안 상정 어려워"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깜깜이 배당’을 방지하고자 마련된 배당절차 개선안을 도입하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코스피 시총 상위 기업 50곳의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분석한 결과 결산기 말일로 정했던 기존 배당 기준일을 이사회 결의로 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안건을 상정한 곳은 17곳이었다. 시총 10위권 내에서는 현대차, 기아, 카카오만이 배당절차 개선을 위한 정관 개정 안건으로 올린다고 공시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50곳 중에서는 단 5곳만이 배당절차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을 안건으로 올리는 데 그쳤다. 시총 10위권 내에서는 엘앤에프가 유일하다.
올해 1월 말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배당절차 개선방안’ 공동 발표했다.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정하고, 다음 해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해 투자자가 배당금을 알 수 없는 기존 ‘깜깜이 배당’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 금융위는 결산배당 관련 법 조항인 상법 제354조를 주주총회에서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결정하는 주주를 정하는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을 받을 자를 정하는 배당기준일을 분리해 주주총회일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했다. 또한, 이익배당은 특정 영업연도의 경영성과 배분이 아닌, 결산기까지 누적된 경영성과의 배분이므로 반드시 특정 결산기 말일의 주주만 배당받아야 할 실정법상 근거도 없다는 유권해석도 내놨다.
이후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등이 표준정관을 개정하는 등 상장사들의 배당절차 개선안 도입을 유도했음에도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배당절차 개선이 권고 수준으로, 법적 의무가 아니라는 점이 배당절차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주요 이유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유권해석만으로는 배당절차 변경 후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이나 문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배당절차 개선안 도입을 위해 주주총회에서 정관개정 안건을 올려야 하고, 이를 위한 경영진 승인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의무가 아닌 데다, 담당자가 배당절차 개선안을 상정하려고 해도 경영진 선에서 ‘배당절차를 개선하면 어떤 실익이 있느냐’고 물으면 주주가치 제고, 배당 투자자 유치 정도밖에 설득할 논리가 없어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배당절차 개선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올해 정관 개정으로 배당절차 개선안을 도입한 상장사들의 추후 상황이 배당절차 개선을 이끌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석 KB증권 연구원은 “배당절차 개선으로 배당 투자가 활성화되면 배당주들을 중심으로 가치 재평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 투자자 선호 종목에 대한 재평가도 따라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