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대출 알선업체에 연대 보증까지 부담은 무효”

입력 2023-03-22 10:08 수정 2023-03-22 10:1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무조건적 연대보증‧대위변제‧담보매입 의무부과 부당”

대출 이용자를 알선해주면 일정한 수수료를 주는 대신 상환 기한이 넘어가면 알선자가 무조건 대출금을 모두 떠안게 한 위탁 계약은 부당한 거래여서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수산물업체 A 사가 금융업체 B 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B 사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사와 B 사는 2014년 대출업무 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A 사가 수산물 담보 대출 상품을 이용할 업체들을 알선하면, B 사가 대출금 중 1%를 업체들로부터 받아 A 사에 0.5~0.8%를 수수료로 주기로 했다.

위탁 계약상 문제는 A 사가 대출 때마다 연대보증을 서야 했으며 돈을 빌린 업체들이 상환 기한을 넘기면 ‘무조건’ 대출금을 대신 갚고 담보를 매입할 의무도 졌다는 데 있다.

계약에 따라 A 사가 2015~2016년 알선해 B 사의 대출을 받은 업체는 모두 6곳에 대출금은 200억~300억 원에 달했다. A 사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업체들 대신 B 사에 원리금 10억7000여만 원을 대신 갚았고, 창고보관료로도 1억5000여만 원을 썼다.

참다못한 A 사는 B 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 사는 “우리 회사는 오로지 B 사와의 거래를 위해 설립된 업체”라며 “B 사가 고의‧과실과 상관없이 무조건적인 연대보증과 담보물 인수 책임을 부담케 하는 등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민법 제103조를 근거로 두 업체 간 연대보증 약정 부분을 무효로 결론 냈다.

대법원은 “A 사는 대출 이용자를 선별‧알선할 의무만 부담할 뿐”이라며 “이용자의 채무 불이행으로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짐에 따른 위험을 부담할 주체는 원칙적으로 B 사”라고 지적했다.

담보물 검수‧평가를 해야 하는 A 사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B 사가 손해를 입었다면 A 사에 배상 책임이 있겠지만, B 사에 대해 무조건적인 연대보증, 대위변제, 담보 매입 의무를 부과해 부당하다는 취지다.

박일경 기자 ekpark@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긁어 부스럼 만든 발언?…‘티아라 왕따설’ 다시 뜨거워진 이유 [해시태그]
  • 잠자던 내 카드 포인트, ‘어카운트인포’로 쉽게 조회하고 현금화까지 [경제한줌]
  • 단독 "한 번 뗄 때마다 수 백만원 수령 가능" 가짜 용종 보험사기 기승
  • 8만 달러 터치한 비트코인, 연내 '10만 달러'도 넘보나 [Bit코인]
  • 말라가는 국내 증시…개인ㆍ외인 자금 이탈에 속수무책
  • 환자복도 없던 우즈베크에 ‘한국식 병원’ 우뚝…“사람 살리는 병원” [르포]
  • 트럼프 시대 기대감 걷어내니...高환율·관세에 기업들 ‘벌벌’
  • 소문 무성하던 장현식, 4년 52억 원에 LG로…최원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
  • 오늘의 상승종목

  • 11.1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6,329,000
    • +5.87%
    • 이더리움
    • 4,498,000
    • +1.86%
    • 비트코인 캐시
    • 621,500
    • +2.47%
    • 리플
    • 823
    • -0.6%
    • 솔라나
    • 306,700
    • +6.94%
    • 에이다
    • 840
    • +1.45%
    • 이오스
    • 780
    • -2.26%
    • 트론
    • 231
    • +1.32%
    • 스텔라루멘
    • 154
    • +0.65%
    • 비트코인에스브이
    • 83,750
    • +0%
    • 체인링크
    • 19,890
    • -0.8%
    • 샌드박스
    • 409
    • +2.2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