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셔틀외교 복원·경제안보 대화…강제징용 구상권? 상정 안해”

입력 2023-03-1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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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보도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보도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6일 셔틀외교 복원을 선언하고 ‘한일 경제안보 대화’ 신설을 합의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정상회담 확대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에 나서 이 같은 합의사항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두 정상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는 셔틀외교로 협력할 것”이라고 했고, 기시다 총리도 “한일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 윤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빈번하게 오고가는 셔틀외교 정상화에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셔틀외교 복원은 앞서 소인수회담에서 합의됐다. 기시다 총리는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이를 먼저 밝혔고, 윤 대통령은 환영의 뜻을 냈다. 셔틀외교 복원에 따라 기시다 총리는 연내 답방할 전망이다. 올해 두 번째 한일회담이 열릴 때에는 양 정상 공동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셔틀외교와 함께 한일관계 회복을 위해 대화체계도 정비한다. 기존 협의체들을 조속히 재개하는 것에 더해 경제안보 대화를 신설한다. 외교·안보 차원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이다.

윤 대통령은 “외교·경제 당국의 전략대화를 비롯해 양국의 공동이익을 위한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키로 했다”며 “(양국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 대화 출범을 포함해 다양한 협의체들로 소통을 이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한미일과 한일 공조에 적극 협력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한국의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태 전략의 추진 과정에서도 국제사회와 함께 긴밀히 연대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북한이 쏘아올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을 거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가운데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 완전 정상화에 합의했음을 질의응답 과정에서 밝히기도 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국은 외교·안보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교류도 활성화시키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안보와 경제, 인적·문화 교류 등 다양한 분야 협력 증진을 위한 논의를 더욱 가속화하기로 했다. 경제안보와 첨단과학뿐 아니라 금융·외환 분야도 함께 고민키로 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양국의 국민은 서로가 서로의 국가에서 최대 관광객 수를 차지해왔다. 이런 인적 교류가 가속화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과학기술과 금융·외환 분야에서 위기에 대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공동의 움직임을 모색할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한일 NSC 간에 경제안보 대화와 외교당국 간 전략대화를 재개키로 하면서 외교·안보 분야 협력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한일회담이 열리게 된 계기인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금 대위변제안에 대해선 기시다 총리가 호평하고 나섰다. 또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정신을 계승한다는 뜻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조치 발표는 일본 정부로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던 한일관계를 건전하게 돌리기 위한 노력으로 높이 평가한다”며 “1998년 10월 발표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앞으로도 계승할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대위변제안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 판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재원은 포스코 등이 출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일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게이단렌은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을 조성해 강제징용 배상에 간접적으로 기여키로 했다. 양 정상은 미래파트너십 기금 조성을 높이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미래세대가 교류하며 상호 이해가 심화되도록 지원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 양 정상의 생각이 일치했다”며 “그런 차원에서 양국 경제계가 미래파트너십 기금 설립에 합의했다. 의미 있는 교류와 협력이 이어지도록 지원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제징용 문제로 인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그에 맞선 우리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모두 철회한다는 뜻을 양 정상이 공식화했다. 다만 일본 정부의 무역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여전한데, 향후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3개 품목(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규제를 해제하고, 한국은 WTO 제소를 철회했다”며 “소위 화이트리스트 조치도 조속한 원상 회복을 위해 긴밀히 대화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 정상은 강제징용 문제가 일단락됐다는 기반 위에서 갈등 현안을 풀어나가고 협력 강화를 외쳤지만,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먼저 대위변제 방식 탓에 구상권 행사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지적에 양 정상은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구상권을 행사한다면 모든 문제를 다시 원위치로 돌리는 것이라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했고,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 한국의 재단이 판결금을 지급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알고 있어서 구상권 행사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강제징용 대위변제안에 대한 국내 반발이 지속되는 데 대해선 양국 교류가 활발해지는 과정에서 풀릴 것이라는 낙관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한일의 국익은 제로섬이 아닌 윈윈 하는 것이다. 이번 해법 발표로 양국 관계가 발전된다면 서로 보완할 부분이 많다”며 “무엇보다 양국 국민들이 상대국에 대해 가장 방문하고 싶은 나라 1순위로 꼽는다. 교류가 왕성해진다면 함께 얻을 이익이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호응을 말하는데 오늘도 여러 성과를 냈고 앞으로도 한일 양국이 자주 소통해서 하나씩 구체적인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직접 사과 등 추가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가안보실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과를 한 번 더 받는 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시다 총리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에 관한 담화를 계승한다고 했다. 그 속에 사과의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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