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데, 바로 2023년 1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가 그 핵심이었다. 지난해 12월 6.5%까지 낮아진 물가상승률이 기존의 패턴대로 꾸준히 하락하면서 6.2%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던 시장은 6.4%로 발표된 1월의 소비자물가지수에 실망하게 된다. ‘6.2%나 6.4%나 겨우 0.2%포인트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왜 이리 민감할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문제는 6.2%와 6.4%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6.2%로 낮아졌을 때는 현재의 빠른 물가 상승률 하락 속도가 이어진다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올해 연말이면 상당 수준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긴축의 고삐를 늦출 수 있다. 그러나 6.4%라면 이후 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는 매우 느릴 수 있고, 연말은커녕 내년 말까지도 연준이 목표로 하는 2% 물가로 낮추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기에, 현재 중앙은행의 강한 긴축 기조는 상당 기간 더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고금리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게 되면 실물 경제가 받는 타격이 크고 깊어질 수 있기에 정부나 중앙은행이 느끼는 부담 역시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부담이 커지게 되면서 한 가지 이슈가 부각된다. ‘왜 각국 중앙은행은 2% 물가 목표를 고수하려고 할까’라는 점이다. 만약 물가 목표가 2%가 아니라 4%라면 미국의 경우 현재 6%가 조금 넘는 물가에서 조금만 더 낮추어지면 물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이에 지금과 같은 강한 긴축 기조에서 일정 수준 후퇴하며 실물 경제가 받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일부 학계와 전문가들이 2% 물가 목표는 과거의 기준에 불과하기에 해당 기준을 바꾸는 것이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리하게 2%라는 물가 목표를 금과옥조처럼 밀고 가다가는 실물 경제에 과도한 긴축 부담을 주면서 상당히 강한 경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2% 물가목표는 1990년대 들어 중앙은행에서 경험적으로 선택한 레벨이지,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한다고 할 수는 없다. 1990년대 들어 나타난 과거 대비 안정된 물가, 그리고 일본의 경험을 통해 얻은 디플레이션(마이너스 물가)에 대한 두려움 등이 녹아 있는 숫자가 2%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때부터 이어온 흐름과는 다르게 코로나 이후 변한 경제 상황을 감안한다면 2% 물가 목표를 3% 혹은 그 이상으로도 상향 조정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물론 2%가 절대적인 숫자는 아니기에 변경이 가능할 수 있지만 언제 변경할지는 또 다른 이슈가 될 수 있다. A라는 학생이 특정 학교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A가 공부를 아무리 해도 90점까지 가는 것이 쉽지 않기에 시험을 보기 전에 그 허들을 낮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론 과거 대비 시험의 난이도부터 시작해서 학생들의 학력 여건 등을 감안해서 낮추자는 논리가 들어가면서 합리적인 사유를 제시할 수는 있지만, 시험을 앞두고 덜컥 그 기준을 바꾸게 되면 상당한 혼선을 빚을 수 있으며 입학 시험에 대한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연준 역시 마찬가지다.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물가 목표를 상향 조정한다면, 지금의 강한 물가 상승세를 제어할 수 없기에 기준을 바꾸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약하다는 시장의 의구심을 낳을 수 있다. 아울러 전 세계 수많은 주요국들이 2%를 물가 목표로 삼고 통화 정책을 펴고 있는데, 특정 한 국가만 물가 목표를 바꾸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개방되어 있는 글로벌 자본 시장에 일대 혼란을 주는 이슈가 될 수 있다. 이에 기준을 바꾸는 데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파월 연준 의장은 2% 물가 목표를 당장 수정하지는 않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당장은 기준의 변화를 통한 해결보다는 정면 돌파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제압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긴축 흐름이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