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주’에서 ‘월 이상’으로 확대한다. 건강권 보호조치 중 하나로 추진했던 ‘11시간 연속휴식’은 사실상 철회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6일 이 같은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먼저 노사 합의로 연장근로 허용시간(1주 12시간) 관리단위를 월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한다. 연장근로시간 총량 감축은 관리단위를 분기(3개월) 이상으로 확대할 때만 적용한다. 관리단위별 연장근로시간 한도는 분기(3개월)일 때 90%, 반기(6개월)는 80%, 연은 70%로 줄어든다. 고용부는 지난해 6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공식화했다. 이후 전문가 회의체인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 논의 등을 거쳤지만, 개편 방향은 정부의 첫 발표에서 달라진 게 없다.
여기에 정부는 근로자대표제를 제도화할 계획이다. 현재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근로시간 제도를 변경하려면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근로자대표제 제도화로 근로자대표에게 노조위원장과 같은 지위가 부여되면, 근로시간 제도 등 변경이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선택근로제는 전 업종 3개월, 연구개발 업무 6개월로 확대한다. 탄력근로제는 도입 시 근로일, 근로일별 근로시간의 ‘사후 변경’을 허용한다.
아울러 정부는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사실상 철회했다. 1주 근로시간 64시간 상한만 지키면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연속휴식을 보장하면 주 근로시간 한도는 69시간까지 늘어난다. 정부는 또 휴게면제 허용을 추진한다. 현재는 근로시간 4시간당 30분의 휴게시간이 부여된다. 정부는 이를 근로자 선택에 맡겨 휴게시간 없는 ‘30분 일찍 퇴근’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연장근로가 발생하는 경우, 휴게시간 면제는 무의미해진다.
근로시간 제도 악용 우려에 대해 이 장관 “노사 입장이 다를 수 있고 이것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문제가 있는데, 절차적·내용적 정당성과 공정성에 국민 여론이 공감하리라고 본다”며 “입법예고 기간 40일 동안 노사의 의견은 내용별로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타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야간작업 근로자 건강보호, 근로시간 적용 사각지대 해소 등은 대부분 중기 과제로 미뤘다.
이 밖에 기존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저축계좌제’로 대체할 계획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을 적립해 ‘수당’이 아닌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징검다리 연휴 시 단체휴가, 시간 단위 연차 사용, 월 단위 장기휴가 활성화를 추진한다. 단,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제외한 휴가 관련 사항은 입법과제가 아닌 ‘캠페인’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 장관은 이번 개편방안에 대해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낡고 불합리한 제도·관행을 개선하는노동개혁의 핵심 과제”라며 “이번 정부 입법안은 경제 규모 10위권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시간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