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가 장애인들도 편하고 안전하게 의약품을 복용할 수 있도록 점자 표시·QR코드 도입 등에 나서고 있다.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독은 최근 붙이는 근육통·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의 패키지를 개선하며 전제품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QR코드를 삽입했다. 음성 안내 설정을 한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촬영하면 제품 정보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한독은 다양해진 케토톱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며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패키지 개선에 나섰다고 밝혔다.
신신제약은 지난달 ‘신신파스 아렉스’ 제품에 파스류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를 도입했다. 포장지 뒷면 상단에 각 ‘신신파스아렉스중’, ‘신신파스아렉스대’로 표시해 제품명과 크기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신신제약은 올바른 의약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선제적인 도입을 결정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2월부터 ‘래피콜시리즈’ 등 출시되는 안전상비약에 계속 점자를 적용하고 있다. 부광약품과 동화약품은 이전부터 점자 표기 적용에 동참했다. 2021년 기준 부광약품은 42개 품목, 동화약품은 8개 품목에 대해 점자표기를 적용했다.
이렇듯 의약품 점자 표시가 활성화되는 이유는 2021년 개정된 약사법 때문이다. 내년 7월부터 안전상비의약품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의약품에 대해 점자표시가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시·청각 장애인의 의약품 오복용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안전상비약 포장지마다 점자 또는 음성·수어 변환용 코드를 반드시 기입해야 한다.
다만, 점자 표기된 약품 절반 정도는 시각장애인이 읽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22년 의약품 안전정보 장애인 접근성 개선 사업’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점자가 표기된 76개 의약품 가운데, 33개는 읽기 어려운 가독성 ‘하’로 평가됐다. 평가 대상의 43%가 시각장애인이 읽지 못하는 상태로 분석됐다.
해당 의약품은 대부분 점의 높이가 너무 낮아 손으로 점자를 인지하기 조차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약품 이름 부분이 튀어나온 양각 디자인 탓에 점자와 구분하기 어려운 제품도 있었다.
해당 보고서에서 시각장애인 조사자가 의약품 안전정보 미확인으로 인해 ‘의약품을 잘못 복용한 경험이 있다’ 29.5%, ‘경험의 유무를 알 수 없음’ 18.5%로 확인됐다. 아울러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복용했다’는 응답은 30.5%, ‘경험의 유무를 알 수 없음’은 21.5%로 집계됐다.
시각장애인의 의약품 안전정보 제공에 대한 선호방법으로는 ‘음성 정보’가 49.0%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점자 정보’ 34.0%, ‘큰 활자 정보’ 14.5%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