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사업성 검토 후 NPL 펀드 조성해 사업 심폐소생
“올해 대세 NPL펀드은 기존 담보채권 아닌 브릿지론 위주”
지난해 흔들렸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지금도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자, 자산운용업계는 부실채권(NPL,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준 후 원금·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채권)펀드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간 주된 NPL 펀드는 은행의 NPL을 담은 펀드였는데, 올해는 본PF 전 브릿지론에서 엎어진 건들에 대한 NPL이 대세가 될 전망이다.
5일 한 자산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 전반적으로 운용사들이 NPL 펀드를 위해 투자자들을 콘택트(접촉)하고 있다”며 “시행사들이 사업을 추진했던 브릿지론에서 (NPL 펀드가)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자산운용사 역시 기존엔 담보채권 위주로 NPL 펀드를 조성해왔는데, 올해는 방향을 틀어 PF가 진행되지 못한 건들도 펀드에 담을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드사를 제외한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1465억 원이다. 여기서 브릿지론이란 본PF로 연결되는 ‘다리’ 대출이라는 뜻으로, 시행사가 토지 매입과 인허가 비용 등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리는 돈이다. 사업을 추진했으나 인허가를 받지 못해 본PF로 연결되지 않는 등 위험이 커 브릿지론의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에 가깝게 형성된다.
이처럼 브릿지론 단계에서 금융조달을 못 했거나,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건들을 대상으로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를 모아 펀드를 조성하고 사업을 정상화하는 게 이번 NPL 펀드의 전반적인 구조다.
국내 대표 부동산 자산운용사 코람코자산신탁도 NPL 펀드 조성을 시작하는 모양새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이번 연도 가장 큰 상품군으로 NPL이 떠올랐다”며 “사업성이 있는데 대출이 안 돼 사업이 막힌 사업장 위주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스자산운용 역시 상반기 안에 NPL 4호 펀드를 3000억 원 규모로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브릿지론에서 사업이 멈춘 대표적인 건은 울산 동구 주상복합 개발사업이다. 지난달 6일 대우건설은 시행사 측에 시공권을 포기한다고 통보했다. 해당 사업은 48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시행사가 브릿지론으로 증권사와 캐피탈사에서 1000억 원을 조달했다.
당초 대우건설은 이 중 440억 원을 보증하고, 공사비 1600억 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대우건설은 시공권을 반납하고 440억 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기로 했다.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을 우려해 보증 금액만큼 물어주고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이다. 대형 건설사마저 무리한 사업은 벌이지 않는 만큼 브릿지론과 관련한 NPL 시장이 여느 때보다 크게 열릴 가능성이 크다.
NPL 펀드의 성과를 가르는 요소 중 하나는 NPL 매입 가격이다. 낮은 가격으로 들어갈수록 수익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난해 상반기 NPL은 본래 채권 금액의 100%로 거래됐다. 연체 금리만 해도 수익이 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채권 가격보다 10%가량 할인된 NPL이 주를 이뤘다. 업계 관계자는 “(NPL) 할인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