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추락에도 버티는 투자자들…“재산 축적할 다른 방법 없다”

WSJ, 가상자산 매달리는 개인들 조명
부동산 등 전통적 방법에 대한 회의론 상당
유색인종, 저소득층 등 뒤늦게 참여해 버텨
반복되는 자산 '붐'에 반응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최근 1년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 출처 코인데스크

지난해는 가상자산(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시련의 해였다. 전체 시가총액만 1조 달러(약 1312조 원) 증발했고 많은 투자자가 시장을 떠났다. 하지만 모두가 떠난 건 아니다.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가상자산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가격 급락에도 왜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집중 조명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지난해 10월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투자자의 약 39%는 앞으로도 가상자산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대개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자금이 넘치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치솟을 때 유입됐다.

개인 투자자가 가상자산을 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를 축적할 다른 방법이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WSJ는 진단했다. 이들은 근로소득이나 장기 주식투자, 부동산 매매와 같은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재산을 쌓기 어렵고 가상자산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는다.

특히 이런 사례는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미국 성인 가운데 가상자산을 구매하거나 거래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16%였다.

이들 중엔 여성보다 남성, 50세 이상보다 미만, 백인보다 흑인이나 히스패닉, 아시아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자유가 부족한 사람들이 다수다. 퍼스트젠웰스의 발레리 리베라 창업자는 “가상자산에 관심을 가지는 고객들은 가상자산을 경제적 자유를 얻을 지름길로 여기지만, 신용카드 채무 변제와 같은 기본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가상자산의 극단적인 변동성은 이들에게 리스크가 높다”고 지적한다.

이와 별개로 JP모건체이스는 저소득층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미 가격이 오른 상태로 매수한 경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프린스턴대 사회학 교수인 애덤 골드스타인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미국에서 반복됐던 자산 관련 이슈가 지금의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일련의 반복을 통해 미국인들은 ‘붐’과 ‘버블’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자산형성이 결정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들은 적절한 시기에 금융시장 내 적절한 위치에 있는 게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간주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골드스타인 교수에 따르면 주택 붐이나 닷컴 붐과 같은 유행을 몇 차례 목격한 사람들은 다음 붐이 올 땐 더 빠르게 올라탈 수 있다고 믿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가상자산에 매달리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

WSJ는 “투자자들은 부동산 구매와 같은 방법이 가상자산 투자보다 많은 시간이 들고 보상이 적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지난해 시세가 급락하면서 몇몇 기업과 통화는 파산했고 규제당국은 최근 일부 상품과 서비스를 정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