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언제까지 ‘손님은 왕’ 할 건가

입력 2023-0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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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나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지인으로부터 얘기를 전해 들을 때마다 씁쓸하다. 이제는 웬만한 정도로는 사건·사고 축에도 들지 못해 기사조차 드문드문 나오는 이른바 감정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객 갑질’ 이야기다.

계묘년 새해가 밝은지 2개월여가 지나가고 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사회 곳곳에서 고객 갑질 소식이 들려온다. 수년 전만 해도 상류층 일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갑질은 일상이 됐다.

올해 초 A 백화점에선 한 여성 소비자가 판매 직원의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매장 진열대를 쓰러뜨리는 등 난동을 부린 사건이 있었다. 이달 들어선 외상을 안 해준다는 이유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무차별 폭행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기사들을 보면서 얼마 전 만난 지인의 경험담이 떠올랐다. 지인에 따르면 B 백화점의 C 화장품 판매장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한 소비자가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대뜸 제품 교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기한테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한 게 교환 이유의 전부다. 여기까지만 보면 언뜻 소비자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문제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 시기다. 그는 1개월여 전에 매장에서 제품 테스트까지 다 받고 물건을 구매했다고 한다. 이에 지인이 “제품 판매 규정과 백화점 판매 규정에 따라 2주 안에만 환불이 가능하다. 교환이 안 돼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음에도 소비자는 왜 안되냐는 식으로 따져 물었다. 상당 시간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교환이 어렵게 되자 소비자는 제품을 가져가지 않고 매장에 두고 갔다. 이를 가져다주기 위해 지인이 다가가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죄송하다 했으나, 그는 제품을 매장에 내던지며 “너나 써”라고 소리 지르고선 떠났다고 한다.

지인에게 당시 속상하지 않았느냐 물으니 오히려 그 고객은 비교적 쉽고 무난하게 해결된 일이라고 했다. 물건을 팔다 보면 더 심한 욕설과 폭언을 듣는 때도 있으며, 대외적인 이미지 관리 때문에 본사, 혹은 백화점 측이 고객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해 사비를 들여 보상을 해줬던 적도 있었다 말했다.

이러한 고객 갑질이 사회 문제로 대두한지 오래지만, 해결은 지지부진하다. 앞서 2018년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시행됐지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작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콜센터 상담사 19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상담사는 48%에 달했으며 폭언을 당하는 경우는 월평균 12회, 성희롱은 1회가 넘었다. 2008년 조사와 비교하면 폭언은 약 62%, 성희롱은 약 14% 늘었다. 또 MZ세대 알바생 10명 중 8명이 근무 중 손님으로부터 갑질을 경험했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알바천국이 작년 10월 MZ세대 1652명에게 설문한 결과 갑질의 절반 이상(56.7%)은 반말이 차지했고 사업장의 매뉴얼을 무시하는 막무가내형도 48.3%로 조사됐다.

소비자 개개인의 인식 개선에 기대기에만 부족하다면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은 기존 법안의 실효성을 보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통과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 역시 서비스 업무 매뉴얼을 보완하는 한편 갑질 소비자에게는 단호히 대처할 수 있도록 문제가 생겼을 때 원칙에 맞게 사안을 풀어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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