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제품들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이 건강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큐레이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웰니스(Wellness) 시장에 도전했습니다.”
최근 본지와 만난 김영인 가지랩 대표가 웰니스시장에 도전장을 낸 이유다. 그는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헬스케어 기업 ‘눔(NOOM)’에 입사한 후, 눔 한국지사인 ‘눔코리아’ 대표를 맡아 스타트업의 A부터 Z까지 경험한 전문가다.
‘가지랩’이란 회사 이름이 독특하단 물음에 “건강한 식재료 중에 이름을 정하고 싶었다”는 단순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김 대표는 “큐레이션을 해주는 기업에서 ‘가지’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덜 딱딱한 이름으로 친근하게 접근하고 싶은 마음도 담았다”고 부연했다.
일반적으로 의사 창업자들은 신약개발이나 디지털치료제 등을 뛰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주목한 분야는 ‘웰니스’ 시장이었다. 그는 “사용자의 니즈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웰니스에 도전했다. 사용자가 어떠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지를 알고 이를 개선해줄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자신했다. 이어 “의약품이나 디지털치료제는 인허가 과정을 겪으며 시간과 비용 소모도 크다. 의학 전 단계인 ‘웰니스’는 바로 출시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강관리 시장은 공급자 중심이다. 개인에게 무엇이 도움이 될지보다는 공급자의 홍보·마케팅에 좌우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쓰는 경우도 많고, 소비자 만족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며 “개인 입장에서 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잘 추천해준다면 우리의 플랫폼을 사용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소비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큐레이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개인이 꼭 필요한 것을 찾아가려면 현재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가지랩은 개인에게 스스로 설문을 통해서 알아가게 한다. 김 대표는 “전문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을 해주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일반인이 자신의 건강을 측정할 도구를 사고, 그 데이터를 스마트폰에 연동하는 등의 과정을 하는 것은 너무 번거로울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MBTI와 같이 진입장벽을 낮춰 자신이 어떠한 타입인지 확인한다면 건강관리가 더 쉬워질 수 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실제 가지랩의 설문은 개인이 건강에 대한 사고방식을 재정립하는 경험 제공에 목표를 두고 있다. 누군가는 커리어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혹은 목표를 너무 이상적으로 세우기 때문에 등 다양한 이유로 건강관리에 실패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의지가 부족해서’라는 이유로 인식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는 게 가지랩의 목표다.
최근엔 다이어트 관련 설문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사용자가 친숙하게 해볼 수 있는 설문으로 실제 건강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며 “무작위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알고리즘을 쌓고 나서 큐레이션을 해주면 소비자 만족도도 올라갈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현재 앱은 출시 전이다. 웹페이지를 통해 진단을 하나씩 오픈하고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요즘은 앱을 출시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바일 페이지와 웹 페이지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사용자 반응에 따라 충분히 개선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미래 발전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현재 가지랩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으로부터 총 18억 원을 투자받았다. 김 대표는 “웰니스 시장 규모는 충분히 크지만 독보적인 플레이어가 없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으로 무너지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따라서 김 대표는 “자기 스스로에 대해 알고자 하는 니즈가 있는 만큼 진단을 활용한다면 고객을 유치할 비용이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가지랩은 고객 수요를 잘 이해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마켓플레이스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면, 스트레스, 체중감량 등이 포함된 웰니스 시장에 ‘슈퍼 앱’이 없었던 것은 모든 분야를 모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가지랩은 스타트업이니 작은 범위부터 채워가는 방식으로 만들 것”이라며 “의사결정의 주체인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고 개인에게 필요한 솔루션이 매칭되는 게 핵심이다. 신뢰를 쌓고 나면 분명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민 의료비 절감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민·관이 함께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바람이다. 그는 “웰니스 시장은 예방의 영역이다. 서울시에서 스마트밴드를 제공하고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손목닥터9988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5만 명이 순식간에 모였다. 지자체나 정부에서 충분히 관심 가질 분야”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한계점이 있다. 민간 플랫폼을 활용해서 보건정책이 실행될 수 있는 부분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