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의 여파로 전·월세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는 세입자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임대인과 세입자의 지위가 뒤바뀐 ‘역전세난’ 속에서 세입자 모시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반면 갱신요구권을 사용하는 계약에서는 감액 계약 비율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서울 등 수도권 주택의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갱신계약 건수가 역대 최저치인 6574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갱신계약 중 36% 수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47% 감소한 수치다. ‘역전세난’ 속에서 갱신을 원하는 세입자가 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아도 임대인과의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아파트 세입자들은 갱신요구권을 종전 계약 금액보다 임대료를 낮춰 갱신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갱신계약 중 종전보다 임대료를 감액한 계약은 1481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배 이상 급증했다. 비율로는 갱신요구권 사용 계약의 32%가 감액계약이었다. 감액 갱신 계약 중에서는 절반 이상이 갱신권을 사용한 계약이었고, 감액 여부는 전·월세전환율 5.5%를 적용한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갱신요구권은 1회에 한해 행사할 수 있으나, 갱신된 계약에서는 세입자가 해지 통지 3개월 후 퇴실할 수 있어 세입자에게 유리하다.
한편 전·월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갱신계약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전·월세 갱신계약 중 전세를 월세로 변경한 갱신계약은 5971건으로, 전년 동기(3572건) 대비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며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지자,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전세보다 월세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임대인들은 전세 보증금을 감액해주거나 세입자의 대출 이자를 지원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세입자들은 최근 전세 사기 이슈로 인하여 월세 선호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2년 전 대비 급락한 전세 시세와 더불어 수도권에 지역별로 대규모 공급이 예정된 만큼, 주택 임대 시장의 감액 갱신 및 갱신요구권 감소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