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 장난질에 현기증…미국 현대차·기아에 무슨 일?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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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AP/뉴시스)

지난해 일부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기아 보이즈(KIA Boys)’ 틱톡 챌린지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현대·기아차를 훔치는 영상이 틱톡을 비롯한 SNS에서 유행으로 번져나간 건데요. 급기야 미국 보험사들이 도난이 쉬운 일부 현대·기아차 모델에 한해 보험 제공을 거부했습니다. 소송까지 제기돼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도둑질 챌린지’ 유행에 차량 도난율 최대 800%↑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현대·기아차 절도 사건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시작은 2021년께 틱톡에 올라온 ‘기아 보이즈’라는 틱톡 계정의 차량 절도 영상입니다. 3300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한 해당 영상을 기점으로 현대·기아 차량 절도 과정을 찍어 올리는 챌린지가 퍼졌죠.

영상에는 주로 10대 청소년들이 차량을 훔쳐 주택가에서 난폭 운전을 하거나 차에 ‘기아 보이즈’라는 낙서를 남기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10대들은 차량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 도시 외곽 등에 버리고 떠났죠.

해당 영상은 현대·기아 차량 절도 유행을 촉발했습니다. 23일(현지시간) 차량 절도와 관련해 현대·기아에 소송을 제기한 앤 데이비슨 시애틀시(市) 변호사는 “차량 절도법에 대한 SNS 게시물을 기점으로 절도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는데요. 데이비슨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시애틀에서 현대와 기아 차량 절도는 각각 363%, 503% 증가했습니다.

시애틀만이 아닙니다. 미국 지역 매체 KCBY, 미국 자동차 매체 모터비스킷 관련 보도들을 종합하면 현대·기아 차량은 같은 기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450%, 로스앤젤레스(LA) 85%의 도난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시카고에서는 도난율이 800%까지 치솟았습니다.

또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조사에 따르면, 틱톡 챌린지가 처음 유행한 위스콘신주에서는 현대·기아 차량 도난 차량에 대한 보험금 청구액이 30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는 도난 피해 차주뿐 아니라 무고한 시민, 나아가 도난범들에게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10월 ‘챌린지’에 임하던 10대들은 뉴욕 버펄로 33번 국도에서 충돌사고를 일으켰죠. 도난범 6명 중 4명은 해당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이외에도 차량 도난으로 인해 크고 작은 사고들이 빈발하고 있는데요. 무고한 운전자와 보행자의 피해도 우려됩니다.

▲틱톡·유튜브 등 SNS 상에 확산하고 있는 ‘기아 보이즈 챌린지’ 영상들(출처=틱톡 @thelifeofmeechy, 유튜브 @stustustudios9028 캡처)
▲틱톡·유튜브 등 SNS 상에 확산하고 있는 ‘기아 보이즈 챌린지’ 영상들(출처=틱톡 @thelifeofmeechy, 유튜브 @stustustudios9028 캡처)

USB 꽂아서 ‘잠금 해제’, 보험사들은 가입 거부

‘챌린지’가 유행한 건 일부 현대·기아 차량 잠금장치가 몇 가지 도구로 간단히 풀리기 때문입니다. ‘기아 보이즈’ 챌린지 영상에서는 드라이버, 간단한 소프트웨어, 이동식 저장장치(UBS)를 이용해 차 키 없이 기아 차량의 시동을 거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는 해당 차량에 ‘전자식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모빌라이저는 차 키에 내장된 작은 칩과 자동차 내부 안테나가 신호를 교환해 암호가 일치해야만 시동이 걸리는 장치입니다. 열쇠를 꽂더라도 유효키가 아니라면 시동이 걸리지 않죠. 기아차는 2011~2021년, 현대차는 2015~2021년 생산분에 이모빌라이저 장착을 기본 설정이 아닌 옵션으로 설정하도록 했습니다.

IIHS 계열 고속도로손실데이터연구소(HLDI)에 따르면 2015~2019년 판매된 차량의 96%에 이모빌라이저가 표준 장착돼 있지만, 현대·기아 차량의 표준 장착 비율은 26%에 불과했습니다. 현대·기아 차량 중에도 푸시 버튼 시동 시스템을 장착한 모델에는 이모빌라이저 기능이 있지만, 키만 돌리면 시동이 걸리는 ‘턴키 시동방식’을 채택한 모델들은 차량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이에 미국 최대 자동차 보험사인 프로그레시브와 스테이트팜은 도난 위험이 있는 현대·기아 모델에 보험 제공을 거부했습니다. 마이클 베리 미국 보험정보연구소 대변인은 CNN과 인터뷰에서 “자동차 보험사가 특정 차종이나 모델에 대해 보험 가입을 중단시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제공=현대차
▲사진제공=현대차

차주들 이어 지방자치단체 소송 움직임

피해 차주들과 도난이 빈발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소송에 나섰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리노이, 아이오와, 켄터키, 미주리, 위스콘신, 캘리포니아 등 도시의 현대·기아 차주들은 두 회사에 대해 집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워싱턴주(州) 시애틀,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등 일부 지역은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죠. 데이비슨 시애틀시 대변인은 “기아와 현대차의 차량 도난이 급증하면서 공공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해당 기업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며 제소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두 기업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기아는 성명을 통해 “범죄 행위자들이 강철 키와 ‘턴 투 스타트(턴키)’ 방식 자동차를 여전히 노리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현지 법 집행 기관을 통해 차량 소유자에게 무료로 핸들 잠금장치를 제공 중”이라고 알렸죠.

현대차도 소송에 대해 “부적절하고 불필요하다”며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은 2021년 11월 모든 차량에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표준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음 달부터 고객에게 무료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비롯한 다양한 보안 수단을 제공한다고 해명했습니다.

차주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일부 차주들은 ‘기아보이즈 챌린지’에 대응해 핸들 잠금장치 등으로 차량을 보호하는 영상을 틱톡에 올리거나 ‘도둑들에게서 기아 차량을 보호하는 법’ 등의 게시글을 공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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