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정부 지원은 줄고 조세 부담과 규제는 늘어 기업이 성장을 꺼리는 이른바 ‘피터팬증후군’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성장 사다리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0년 내 중소기업을 졸업한 국내 중견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7%는 중소기업 졸업 후 지원축소와 규제강화 등 새롭게 적용받게 된 정책변화에 대해 체감하고 있거나 체감한 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에 중소기업으로서 누릴 수 있는 정책수혜를 위해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물은 결과 응답 기업의 30.7%가 ‘그렇다’고 답했다. 기업의 23.6%는 ‘피터팬증후군’을 겪은 셈이다.
중소기업 졸업 후 체감하는 정책변화 중 가장 아쉽고 부담스러운 변화는 ‘조세 부담 증가’(51.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중소기업 정책금융 축소’(25.5%), ‘수·위탁거래 규제 등 각종 규제 부담 증가’(16%) 등을 차례로 꼽았다.
대한상의는 “국내 법인세 체계는 4단계 누진세 구조인 데다가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는 조세제도가 많아 중견기업이 되면 조세 부담이 급격히 늘 수밖에 없다”며 “성장 사다리가 원활히 작동하게끔 인센티브 구조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피터팬증후군 극복과 성장 사다리 작동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물은 결과 기업들은 ‘조세 부담 증가 폭 완화’(4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중소기업 정책의 합리적 개편(연명·보호 중심→성장·생산성 중심)’(23.4%), ‘기업 규모별 차별규제 개선’(21.3%), ‘중소기업 졸업유예 기간 확대’(8.3%)를 차례로 답했다.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정책과제 1위 역시 ‘조세 부담 증가 폭 완화’(38.7%)로 조사됐다. 이어 ‘인력 확보 지원 확대’(30%), ‘R&D지원 확대’(22.7%), ‘해외 진출 지원 확대’(6.3%) 순이었다.
법인 설립부터 중소기업 졸업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5년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졸업 후 더 좋아진 점에 대해서는 ‘기업 위상 제고’(57.3%), ‘외부자금 조달 용이’(11.7%), ‘우수인력 채용 용이’(7.7%), ‘거래 협상력 제고’(2%) 순으로 응답했다. 좋아진 점이 없다는 응답도 20%에 달했다.
중소기업 졸업 후의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어느 쪽이 큰지에 대한 물음에는 ‘차이 없다’(48.7%)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단점이 크다’는 응답은 38.7%로 ‘장점이 크다’(12.6%)는 답변을 웃돌았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성장 사다리 구축은 미래 투자와 ESG·탄소중립 등 국가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며 “정부가 최근 ‘중견기업 성장촉진 전략’ 발표를 통해 공언한 중견기업의 수출, 연구·개발, 신사업 투자 지원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된다면 성장 사다리 작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