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4차 산업혁명] ‘K-CES’ 잔치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입력 2023-0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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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교수,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가전제품 박람회(CES 2023)는 마치 한국의 독무대였던 것으로 우리나라 대다수 언론과 참가자들은 전했다.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가 올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 아래 많은 기관과 기업들은 탈출구를 찾으려는 절심함에서 대거 미국으로 달려갔다. CES는 향후 3년간의 기술과 상품시장 트렌드를 가늠하는 글로벌 전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10여 개 공공기관과 100개 가까운 기업이 참여했다. 일본은 소니, 혼다 등 몇 개 대기업을 빼고 ‘J-스타트업’이라는 기치 아래 40개 정도의 벤처기업이 참여했다. 중국의 참여는 미·중 마찰로 매우 부진할 것이란 보도가 있었지만 400개 사가 넘었다. 중국기업은 지난 2018년에 1500개 사를 넘었고, 2019년에는 1200개 사가 참여했다. 올해에도 한국, 중국, 일본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문제는 CES를 대롱눈으로 보다 보니 중요한 흐름을 놓친 것이 제법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무슨 행사든, 사업이든 접두사 ‘K’를 붙이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과거에 쓰던 ‘한국형’을 영어로 바꾼 것이다. 우리의 독자적인 노력을 상징하면서 일체감을 준다는 해석에 이해는 가지만 자칫 글로벌라이제이션에 역행하는 내향적 사고에 갇히게 된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K-CES’로 흥분했던 지난주를 돌이키며 우선 일본을 살펴보자. 8일 CES에 나타난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스타트업 부스를 둘러본 뒤 향후 5년간 일본의 젊은 창업가 1000명을 프랑스와 이스라엘 등에 파견해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보도진에게 “5년간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을 100개 만드는 목표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니시무라 상은 프랑스와 이스라엘 전시장에서 인터넷상의 가상공간 ‘메타버스’ 개발 기업을 살펴보았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 등 창업가들이 모이는 지역에 인력을 파견하기 시작했지만 지역을 더욱 확대하는 모습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세계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생겨나지 않고 있는 이유로 창업가 인재의 부족, 자금조달하기 쉬운 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점, 해외에 비해 규제완화가 뒤떨어져 있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정권은 간판 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의 한 축으로 스타트업의 확산을 내걸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24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5개년 계획 원안을 마련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연간 투자액을 현재 약 8000억 엔에서 2027년에 10배가 넘는 10조 엔 규모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제시했다. 유니콘을 현재의 6개 사에서 100개 사로 늘리는 것도 목표로 내걸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을 아시아 최대의 스타트업 허브로 구축한다”고 강조했다. 이 계획은 스타트업 창출을 위한 인력·네트워크 구축, 자금공급 강화와 출구전략 다양화,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살리는 ‘오픈 이노베이션’ 추진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특히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액이 15억 달러(2020년)로 미국의 400억 달러와 중국의 115억 달러보다 훨씬 적다는 점을 감안해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출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CES에서 일본이 스타트업 참여에 집중한 것은 기시다 정부의 이러한 국정방침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또 다른 시각은 중국의 자세다. 중국 기업은 중국산 소비자 전자제품의 혁신적 기술이 다시 국제 소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6일 소비자 전자제품 분야의 ‘글로벌 리딩 브랜드’에서 여러 중국 브랜드와 기업들이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번 CES에 참가한 중국 기업들은 디스플레이, 스마트홈, 인공지능(AI), 청정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혁신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며 중국 스마트 제조의 실력을 과시해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미·중간의 무역마찰과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중국기업의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관민의 책략을 읽을 수 있다. ‘K-CES’ 잔치가 놓치고 있는 대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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