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시장이지만 차별화 부족한 에듀테크 콘텐츠…‘진입 속도’만으로 승패 갈리나

입력 2023-01-12 13:54 수정 2023-01-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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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예년과 비슷…콘텐츠 경쟁 부재
전문가 “속도전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이용자인 학생에 집중해야”

▲에듀테크 (게티이미지뱅크)
▲에듀테크 (게티이미지뱅크)

교원‧대교‧웅진씽크빅 등 주요 교육업체들이 8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에듀테크’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용자 수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각 업체별로 차별화된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에서 에듀데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에듀테크 업체 테크빌교육에 따르면 올해 국내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약 8조5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8.5%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역시 에듀테크 시장이 2025년에는 9조983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에듀테크(Edu-Tech)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차세대 교육을 뜻한다.

교원‧대교‧웅진씽크빅 등은 올해 에듀테크에 방점을 찍고 콘텐츠 수준을 높이는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강호준 대교 대표이사는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을 위한 준비를 갖췄으니 이제는 결과를 만들어낼 때”라며 이용자 수 확보에 집중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재진 웅진씽크빅 대표 역시 “지금까지 개발에 집중해온 에듀테크 제품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운영해나갈 때”라며 비슷한 의중을 내비쳤다.

지난해 11월 비상교육이 온리원(OnlyOne)을 출시하며 연 매출 상위 10대 기업 중 8개가 ‘에듀테크’를 내건 콘텐츠를 선보였다. 주요 기업은 모두 AI를 활용한 학습기기를 출시한 것이다.

상품 수도 늘고 시장도 성장하며 업체들의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업체별로 이렇다 할 차별 지점은 없는 것은 한계다. 콘텐츠의 구성도 비슷하고, 특정 연령‧학년에 집중하지 않은 채 타겟을 고르게 잡고 있어서다.

중학생 대상 상품이 없는 교원의 아이캔두(AiCANDO)와 국어‧수학‧영어 과목만 있는 대교 써밋을 제외하면 모두 유아‧초등 전학년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학습자가 모르는 부분을 파악하고 보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역시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차이가 크지 않아서 지역 맘 카페를 먼저 선점하는 학습지가 이용자 수를 쉽게 늘릴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투자 비중이 커져야 하지만 그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각 업체 관계자들은 2023년 기술개발(R&D)에 투자하는 비중이 예년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웅진씽크빅은 2021년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6%이고,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44%다. 아이스크림에듀는 2021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2.23%이고 지난해 3분기 기준 10.95%다. 두 업체 모두 올해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에듀테크 후발주자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교원은 총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공개하지 않았고 비상교육은 2021년 연구개발비가 총 매출액의 12.5%, 지난해 3분기 기준 9.5%다. 두 회사 관계자 모두 올해 연구개발비도 예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비중에 큰 변화가 없고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비상교육‧아이스크림에듀 등의 기업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더 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기술 고도화를 위한 노력이 치열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같이 에듀테크 시장규모가 커져 가고 있지만 먼저 콘텐츠를 낸 회사가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상품의 본질인 교육 콘텐츠에서 승부가 가려지는 게 아니라 단순 속도 싸움에서 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출시 시기가 이른 웅진씽크빅의 스마트올 가입자 수는 2021년 9월 17만6399명, 같은 해 12월 20만 명 늘어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아이스크림에듀의 아이스크림홈런 역시 빠른 상품 출시 덕에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출시해 속도가 가장 늦은 교원 아이캔두의 사전 등록 회원이 5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각 기업은 겨울 방학 시기와 발맞춰 시장 선점을 위해 TV 광고와 홍보에만 더욱더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선두주자라는 이유만으로 승패가 갈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서든 차별화 지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진주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교육 프로그램 이용자인 학생이 좋아해야 하고, 교육적 효과까지 있어야 한다”며 “게임 등을 활용해 콘텐츠를 전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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